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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차|연호탁<관동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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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초겨울 문턱을 넘어서면서 날씨가 차가워지고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감미롭고 새콤한 모과 차의 향 훈이 그립다. 그윽한 백자찻잔에 담겨져 아른아른 김이 솟는 모과 차를 앞에 놓고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아주 낭만적인 일이다.
모과는 먹음직스런 생김새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맛은 떫떠름하고 시큼하다. 그러나 은행잎이 날리는 정원에 모과가 맺혀 있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잘생긴 모과 몇 알을 따서 이웃과 훈훈한 정을 나누는 것도 괜찮다.
모과나무는 본시 능금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열매를 얇게 썰어 꿀에 담가 삭힌 것을 모과수(목과 수)또는 모과 차라고 한다. 예부 터 추운 날씨에 목이 잠기거나 몸살기운이 있을 때 뜨거운 물에 모과차를 풀어 마셔 오고 있다. 성숙기에 채취하여 끓는 물에 5∼10분 가량 담갔다가 꺼내 껍질을 벗기고 쪼개 햇볕에 말린 모과를 생강이나 인동덩굴 등과 함께 달여 마시면 약재로서도 훨씬 효험이 있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와 모과를 함께 설탕에 재웠다가 차로 마시면 아주 독특한 맛이 난다. 경상도에서는 소엽·호두를 모과와 함께 달여 복용하는 민간전통이 있다.
모과는 생긴 모양새가 유별난 만큼이나 이름도 많다. 목저·목계·만로·명로(명 자라고도 함)·보개·해당 등 이 대표적인 예로 만로는 중국중부이남의 더운 지방에서 나는 과실이며 명로는 명자나무의 실과를 말한다. 강원도에서는 모과보다는 모 개라는 이름이 더 흔하다.
모과는 음력 시월이면 열매가 노랗게 익어 가며 향긋한 향내를 발산한다. 다량의 탄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진해·거담·지사·진통의 효능이 있고 한방과 민간에서는 백일해·기관지염·해소(해수·천식·늑막염·신경통·근육통·각기 등의 질환을 다스리는데 활용해 왔다. 적당량의 설탕을 가미해 담그는 모과 주는 피로회복에 효험이 있으며 식욕을 증진시킨다고 하나 지나치면 정력을 감퇴시킨다고 한다. 대부분의 견과 류가 그렇듯이 담석증환자가 복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모과 차는 설탕에 재워 둔 상태에서 너무 오래 두면 쉬어서 술이 되고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가급적 한달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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