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아동 옷 재활용 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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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쌀쌀한 추위가 옷깃을 파고들어 불우한 이웃들에 온정의 손길이 더욱 그립게 마련인 때다.
이 달 초 꽤 이름이 알려진 어느 유아복전문회사에서 「사랑의 손길 보내기 캠페인」을 벌였다.
물론 해당회사의 장사 속과 무관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형편의 어린이들을 도우면서, 알뜰 살림에도 보탬이 되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성큼성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더 이상 맞지 않아 못 입게 된 옷들을 가져오면 옷 한 벌당 2천 원 짜리 쿠폰을 물건에 따라 한 장, 또는 두장 씩 교환해 주는 식이었는데 이렇게 모인 쿠폰 액수만큼 그 회사 옷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모은 헌 옷들은 고아원이나 불 우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여섯 살·세살 베기 딸·아들의 옷 가운데 작아서 못 입는 것들을 한 보따리 가져가니까 3만2천 원에 해당하는 쿠폰 16장이 됐는데 거기다 5천 원을 보태 딸아이의 모자 달린 겨울반코트 한 벌을 샀다.
작아서 못쓰는 아이들 옷이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우리 집의 오랜 골칫거리였는데 속이 다 후련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옷들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면서 필요한 옷을 싸게 살 수 있고, 회사측도 사회봉사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높이면서 상품판매에 도움이 되고, 또 불우한 어린이들은 따뜻하게 겨울을 나고, 멀 정한 옷을 재활용한다는 사회 전체적인 이익까지….
주로 아이들 물건 중에는 옷 말고도 장난감이나 그림책같이 금세 쓸모가 줄어드는 것들이 많은데 아동복회사뿐 아니라 완구회사·출판사도 이러한 행사를 자주 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간절했다.
딸아이가 하루는 유아원에 다녀와서 선생님에게 자랑한 얘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엄마 선생님이「어머 민정아, 새 옷 너무 예쁘구나」하고 웃으시길 래「작아진 옷을 고아원아이들에게 주고 맞는 옷으로 바꾼 거예요」하고 자랑했지요.』 <서울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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