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불교문화 실체 밝힐 쾌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이번에 삼성물산이 중국길림성 연변 대 고적연구소와 공동으로 중국 내 우리문화재의 실태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견한 하남대 도서관소장『해심밀경소』는 7세기초 신라고승 원 측이 찬술한 것으로 원효의『대승기신론소』, 혜초의『왕오천축국전』과 함께 신라고승 3대명저의 하나로 꼽힌다.
원측의『해심밀경소』는 후세에 사·역본이 많이 만들어져 유통된 것으로 보이나 고대 판각에 의한 진본 추정 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경우엔 당초 10권 중 9권이 전해져 오던 중 최근 이나바(도섭정취)란 불교학자가 결본인 제10권을 서장역본에 의거, 복원해 냄으로써 완 질을 갖추게 됐으며 우리나라 동국대간『불교전서』첫 책에 실린『해심밀경소』는 이 일본 전래 본을 저 본으로 한 것이다.
지난 10월 내한했던 조박초 중국불교협회장은『「해심밀경소」가 중국 불교인들 사이에서 교과서처럼 이용되고 있으나 빠진 부분이 있어 이를 일본에서 구 해다 완 질을 구비, 영인 했다』고 밝힌 일이 있어 이『해심밀경소』진본추정 본이 하남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사실을 중국관계당국조차 지금껏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하남대 도서관측에 의해 진본으로 분류돼 있고 낱장을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마모가 심한 점으로 미루어 진본이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국내 전문가들도 그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만약 이 책이 진본으로 확인될 경우 1천3백년간이나 숨겨져 있던 고대 불교문화의 역사적 실체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며 우리에게 이는 중국 감숙성 돈황석굴에서의『왕오천축국전』진본 발견에 버금가는 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얘기다. 관계자들은 이 책의 내용 또한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저술한『대승기신론소』에 비견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해심밀경소』는 신라시대 고승으로 일생을 당나라에서 활약하며 많은 업적을 쌓았던 원측의 대표적 저서로 8만 대장경 속에 들어 있는『해심밀경』을 해설한 내용이다.
『해심밀경』은 당나라 현장이 처음 한문으로 번역한 법상종의 근본경전인데 팔품으로 나누어 유식의 깊은 뜻을 설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매우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주석서도 많아 크게 알려진 것만으로도 원측의 이 책 외에 원효의『소』3권, 현범의『소』3권, 덕룡의『청찬』7권, 영인의『소』11권 등 이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원측의 『소』10권은 그가 현장의 역경사업을 측근에서 도운 고 제였다는 데서 해설의 정곡을 찌른 최고봉의 주석서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가했던 관계자들은『중국이 해방이후 열람카드를 새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남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해심밀경소」를 열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진본확인작업과 병행해 마모상태의 심각성을 감안, 특수처리 등으로 원상을 보존하는 작업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고문헌학자인 이지관 스님(전 동국대총장·가산불교 문화진흥원장)은『책을 직접 볼 수 없어 단정적인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내용을 비교 검토해 보아 우리에게 지금까지 알려진 「해심밀경소」와 다르다는 것이 판명될 경우에나 원측 당대의 진본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이『해심밀경소』의 백화문번역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교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