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 한동안 뜸하더니…/박의준 특별취재반(대선 교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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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구 8만여명의 교육도시 김천은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주영 국민·김영삼 민자·김대중 민주당후보의 유세가 2∼3시간 간격으로 열려 하루종일 선거열기로 달아올랐다.
세 후보의 연설을 동시에 직접 들을 수 있는 호기를 맞은 김천시민들과 인근 금릉군 농민들중 상당수는 아침 일찍부터 유세장(김천역광장·김천국민학교)에 나와 어둠이 깔릴 때까지 세후보와 찬조연사들의 연설을 빠짐없이 듣는 인내심(?)을 보였다.
세 후보에 대한 청중들의 호응과 유세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지만 공통점은 세 진영이 하나같이 비방과 인신공격을 「약방의 감초」처럼 끼워넣은 점이다.
이날 김천역 광장에서 첫 유세한 국민당 정주영후보는 『양김씨는 아주 폭좁고 속좁은 사람들.』 『양김씨는 돌대가리라 되지도 않을 말을 하고 있다』고 비방을 선도했다.
이어 두어시간후 김천국교에서 열린 민자당 김영삼후보 유세장에선 TK실세인 김윤환의원 등이 나와 경쟁후보들을 비방·비난했다.
『똑똑하지도 않고 빌빌하는 국회의원 30여명을 갖다놓고 뭘하려는 거냐.』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에 돈을 주어 돈을 번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2시간후 열린 민주당 김대중후보의 유세때도 사정은 마찬가지.
『죽으려면 3년전부터 변한다고 하더니 장사하던 사람이 정치한다고….』 『농민들 피빨고 근로자들 피빠는 정당을….』 『무능한 변절자.』
그러나 정치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유권자들은 비교적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끝까지 질서를 지키며 각 후보들의 얘기를 경청할 뿐더러 인신공격 내용에 별로 감명을 받은 것같지 않았다. 『이젠 금권·관권선거가 사라진다니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비방과 지역감정만 없어지면 우리도 깨끗한 공명선거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청중들이 적지 않았다.
농민 구국철씨(39·금릉군 농소면 월곡1리)는 『자기네들끼리 인신공격을 않기로 다짐해놓고 계속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농민들도 이젠 상대방 후보를 헐뜯는 사람은 안찍줄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겉으로 안듣는채,눈살을 찌푸려도 결국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인신공격이며 그것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후보측의 인식과 『이제 유권자들의 수준이 정치인들보다 높다』는 반응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표가 말해줄 것이다.<김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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