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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한국전서 전사, 아버지는 상이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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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대(代)에 걸친 가족 10명이 현역으로 군 복무한 김형중(52.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씨 가문이 올해 최고의 '병역이행 명문 집안'으로 선정됐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할 김씨 가문이 군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전쟁 직전부터다.

김씨의 아버지 김용근씨는 1949년 2월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6.25 전쟁 발발 7개월 뒤에 김씨의 할아버지인 김광수씨가 참전했다. 42세 때였다.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키겠다고 이등병으로 자원입대했으나 입대 당일인 1951년 1월20일 전사했다.

가족들에게는 단 한장짜리 '전사확인통지서'만 전달됐다. 그러나 어디서 사망했는지 정확하게 통보되지 않아 국립현충원 무명용사탑에 위패만 모셔져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1951년 1월12일 북한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옹진반도 전투에서 상이용사가 됐다. 이등중사로 전역한 그는 1987년 숨질 때까지 북한군의 총알을 무릎에 박고 살았다.

김광수씨의 4남인 김용강 소령은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72년 4월 전사했다. 김 소령은 베트남 전쟁 당시 '6389 고지' 전투에 중대원을 이끌고 총공세를 펼치던 월맹군에 맞서 고지를 지키다 숨졌다.

김 소령의 당번병이었던 김익한 병장은 함께 전사하지 못한 것을 비관하다가 제대한 뒤인 1974년 2월 국립현충원 김 소령의 비석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병장은 제대한 뒤 김 소령의 유족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유족들에게 "어머니를 대신 모시겠다"고 말했으나 유족들이 완곡히 만류하자 얼마 뒤 자살했다.

육군은 김 병장의 전우애를 기리어 '불멸의 충절 고(故) 김익한 병장의 생애'라는 제목의 정훈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병장으로 전역한 뒤 농사일을 하는 김씨는 "할아버지의 아들 4명과 손자 5명이 모두 현역으로 복무하다보니 주위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없고 빽없는 집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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