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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시민들 "현대차 파업 못 보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울산 시민들이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맞불 집회를 열어 파업을 막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 일부 조합원도 회사 곳곳에 "이번만은 정치파업 안 된다"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노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단체협의회.울산상공회의소 등 울산 지역 14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는 19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3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동원해 규탄 집회를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협의회는 "현대차의 파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3월 2일 출범했다. 올 초 현대차 노조의 성과금 지급 요구 파업에 맞서 가두시위를 벌였던 시민모임인 '현대자동차 사태 대책위원회'가 모태다. 대책위는 당시 10만 명 규모의 파업 규탄 집회를 예고, 현대차 노사가 보름 만에 성과금 문제를 합의하는 데 영향을 줬다.

협의회는 창립 취지로 '노사 분규와 지역 갈등이 없는, 기업을 사랑하는 도시 만들기'를 내세웠다. 3월 4일 태화강 둔치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범시민 단합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두철(울산상의 회장) 협의회 공동의장은 "어제 위원장단과 운영위원 등 40여 명이 현대차 노조를 방문해 파업 자제를 촉구했으나 현대차 노조는 파업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20일 파업을 결정한 금속노조 서울본부를 직접 찾아 파업 철회를 간곡히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금속노조가 끝내 파업에 나서면 대규모 규탄 집회, 회사 앞 피켓시위,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 항의 방문 같은 방법으로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행울협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금속노조가 근로자의 권익과 관련이 없는 한.미 FTA 반대 파업에 조합원의 의견 수렴도 없이 불법적으로 나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현대차 지부는 금속노조의 무분별한 정치파업에 희생양이 되지 말고 파업에 반대하는 현장 조합원의 여론과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노조 내 갈등도 심화=현대차 노조는 19일 오전 7~8시 울산공장 내 1000여 명의 노조 간부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 의지 결연하다"는 내용의 인쇄물을 뿌렸다.

그러나 3공장 현대차 울산공장 곳곳에는 평조합원들이 '정치파업 반대' 대자보를 붙여 파업을 강행하려는 노조 집행부를 비난했다.

'김운진 외 ○○명' 명의로 된 대자보는 '누구를 위한 파업입니까? 누가 원하는 파업입니까?'라는 제목 아래 "현장 중심의 조합이 되겠다던 집행부가 현장은 안중에 없고 금속노조의 지시만 따라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또 4공장 옥치근 외 ○○명' 명의의 대자보는 "현장 대부분의 조합원이 이번 파업 강행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의 생계와 직결된 내수.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이번만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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