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인신공격 줄긴 했지만…/김진 정치부기자(대선교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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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오전 여의도의 민자당 중앙당사에선 김영삼후보가 긴급소집된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역정을 몹시 냈다. 민자당 연설원이 상대방 후보에 대한 몹쓸 인신공격을 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당장 그따위 짓거리를 중단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열린 충남 서산유세에서는 인신공격이 계속됐다.
한 연사는 모후보를 겨냥해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이므로 젊은 여자를 데려다 아들 딸 낳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고 퍼부었다.
국민당은 이날 민자당의 모찬조연설원이 정주영후보를 겨냥해 『오줌싸개의 노망난 영감』이라고 인신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서울 신촌에서 열린 국민당 유세에서도 구태는 여전했다.
찬조연사로 나선 정주일의원은 『김영삼후보는 툭하면 마산에 내려가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고 누구는 단식투쟁 한다더니 혈색만 좋더라』고 비방했다.
이에 대해 민자당의 김영구사무총장은 『중앙당의 인신공격 중지 지시가 결정된뒤 현장에 미처 지침이 통보되기 전에 유세가 시작돼 일어난 착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그 다음부터의 유세에선 변화를 보였다. 상대후보를 헐뜯던 민자당의 한 연사는 「김영삼후보 찬양」하는 것으로만 찬조연설을 끝냈다.
국민당의 태도는 다소 모호하다. 한 핵심당직자는 『노골적인 인신공격과 풍자로 하는 공격은 구별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정 의원의 「풍자식 비방」은 인신비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투로 변호했다.
그러나 한 유세장에서 만난 청중의 논평은 신랄하다.
『청중들은 인신공격이나 타당 헐뜯기에 별 호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겨움까지 느끼는 형편이지요. 그러나 각 정당들은 아직도 60,70년대식 사고방식으로 선거를 하니….』
2000년대를 바라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발맞추는 각 정당과 후보들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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