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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통상정책(3당 공약의 허실:1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쌀개방 불가·수출농 육성” 합창/공산품희생 어려워 관철 의문
농수산물 수입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농업과 수산업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89년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의 국제수지조항(BOP)을 졸업,오는 97년까지 연차적으로 수입개방을 예시해야할 의무를 지녔고,또 미국과 EC(유럽공동체)간의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농산물 수입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유세에 나온 각당은 「개방화·국제화시대의 한국농업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 그럴듯한 농업통상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민감한 「쌀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저마다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다.
각당은 『대통령직을 걸고 저지하겠다』(민자),『당운을 걸고 국민과 함께 막겠다』(민주)는 등 일단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민자당의 경우 새 정부가 서면 그동안 장관·국장급이 참여했던 국제협상장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으며 쌀개방 반대를 고수하다 UR협상의 다른 분야인 공산품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자못 비장한 표현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UR협상에서 예외없는 수입개방에 대한 반대입장을 우리와 같이하고 있는 일본·스위스 등 여러 나라와 공동보조를 취해 쌀 등 기초농수산물에 대한 개방예외를 쟁취하겠으며 쌀개방 등이 포함된 국제협상안에 대한 국회비준동의를 거부하는 등 끝까지 싸우겠다는 주장이다.
국민당은 남북통일때까지 쌀수입을 막는 「쌀 수입제한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쌀 수입 반대의지를 안팎에 천명하며 일본을 방패로 삼아 개방시기를 연장해 가면서 우리쌀의 품질·가격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냉엄하게 주판알을 퉁기는 국제현실에서 그리 많지 않은 나라가 주장하는 수입개방예외 인정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지,또 공산품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실정에서 UR 협상타결이 전체적으로는 이익인 점과 어떻게 조화를 시킬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엿보이지 않는다.
3당은 이와 함께 수입개방의 적극적 대응책으로 「수출농업육성」을 한 목소리로 제시하고 있으나 역시 구호성의 성격이 짙다.
민자당은 농어업의 연구개발비를 98년까지 현재의 3배인 2천억원 수준으로 늘려 농어업을 첨단과학화·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연구비확충은 이미 정부계획에 들어있는 것이다.
민자당은 또 과일·화훼 등 수출유망 품목을 선정,농수산물 수출산업기지를 지정하겠으며 농수축산물 수입권을 농어민단체에 주어 수입에 따른 이익을 수출품목 육성에 활용케 하겠다고 말하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민주당의 경우 정부 권장에 따른 농수산물 수출로 생긴 손실을 보상하는 「수출보상금제」를 도입해 수출을 촉진하겠다고 밝혔으나 UR협상에서 이같은 보조를 금지하고 있어 현실성이 문제된다.
민주당은 또 수출농산물 주산단지를 지정하고 「농수산물무역위원회」를 신설,수입 농산물로 인한 농민피해에 신속히 대처하며 수입농산물에 「수입과징금」을 매겨 수입이 제한되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당은 지역별 「과학영농기술연구소」를 세워 농산물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마키팅전략을 개발해 지원한다는 공약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당이 내건 공약이 실현되도록 농민과 여론이 감시하는 일이며 어느 당이 농업을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산업」으로 육성할 뜻이 있는지를 가리는 것으로 보인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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