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부호」는 괴롭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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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나시스 외손녀/찰스왕세자 장남/모나코공주 자녀/어린이배우 컬킨/경호·언론감시에 동심 멍들어/용돈도 그저 그렇고 상속재산 분쟁에 시달려
15억달러를 유산으로 받는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의 외손녀 아티나 루셀(7),『나홀로 집에Ⅱ』라는 영화의 단 한편 출연료로 5백만달러를 거머쥔 아역배우 매콜리 컬킨(12),영국 찰스왕세자의 장남 윌리엄왕자(10) 등은 모두 전세계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는 「꼬마 억만장자」들이다.
그러나 손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했다는 그리스신화의 마이다스왕에 버금갈 만큼 부자인 이들 꼬마부호들은 피곤하다. 보디가드 없이는 절대로 어린이 모래놀이통에 들어가 여느 어린이들처럼 즐겁게 놀 수조차 없다.
올해 포천지 선정 5백대 갑부대열에 낀 오나시스의 외손녀 아티나는 지금 자신의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어른들의 분쟁속에서 조심스럽게 성장하고 있다.
어머니 크리스티나가 당시 3세였던 아티나만을 유일한 재산상속자로 지명하고 사망하자 크리스티나의 네번째 남편이자 아티나의 생부인 티리 루셀(41)이 『아버지인 내가 당연히 재산을 맡아 주어야 한다』며 친아버지로서 법적 후견인 역할을 떠맡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크리스티나의 유언에 따라 아티나의 재산을 지킬 의무를 부여받은 오나시스재단 이사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법정싸움까지 불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분쟁 틈바구니속에서 15억달러라는 엄청난 유산말고도 매년 4백25만달러를 배당받는 아티나는 1㎞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보디가드의 보호아래 걸어서 다니고 스키여행을 갈때는 직접 배낭을 힘들여 메도록 교육받고 있다.
올여름 스페인방문시에는 이비차공항에서 사진 작가들의 카메라세례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때 아티나는 『내가 만약 고래였다면 그들을 모두 혼내줄텐데』라고 불평했다.
영화 『나홀로 집에』시리즈로 일약 스타덤과 돈방석에 오른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매콜리 컬킨의 일상생활도 순탄치만은 않다.
영화 한편에 5백만달러를 받고도 추가로 흥행수입의 5%까지 보장받아 「꼬마부호」 대열에 합류한 컬킨은 부모로부터 1주일에 겨우 5달러만을 받을 뿐이다. 이는 평범한 가정 아이들의 용돈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그 역시 호기심 많은 언론의 집요한 공세에 시달리는데 부모가 이를 피하기 위해 집 전화번호를 자주 바꾸는 바람에 친구에게 자기집 전화번호를 물어보아야 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요르단 후세인국왕의 어린 네자녀 함제(12)·하셈(11)·이만(9)·라이야(6)는 암만 궁전안에 있는 자신들을 위한 동물원에서 동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지만 대개는 왕족이 지켜야할 예법에 얽매여 있다. 철저한 가족중심의 생활을 견뎌야 하고 등하교시나 가정생활에서는 언제나 유모·가정교사·보디가드들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아야 하며 『홀로 자립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아랍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할 수 있도록 혹독한 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모나코 카롤린공주의 5∼8세난 세자녀들은 프랑스 프로방스에 살면서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8시간동안 학교교육을 받고 숙제를 한아름 안고 집에 와서는 숙제와 씨름하느라 여념이 없다.
왕위계승 거부설이 나도는 영국의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비 사이의 장남 윌리엄(10)은 런던부근 학교의 스파르타식 기숙사에서 지낸다. 윌리엄은 꼬마배우 컬킨이 1주일에 5달러의 용돈을 받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한 학기에 단돈 9달러만을 부모로부터 받아 손에 쥐게 될 뿐이며 3주일에 한번꼴로 집에 가 부모를 만난다. 그는 24시간 2명의 보디가드와 경찰관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처럼 왕족어린이,막대한 유산 상속녀,아역배우 등 꼬마 억만장자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두고두고 누릴 풍요로움의 특권만큼 성장기의 고통과 피고함에 시달리고 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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