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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대입준비 분주한 유성종국립교육평가원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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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도 평이한 문제 출제”/지식 20 이해 50 분석 30% 비율로/수학능력시험 골격은 내2월 발표
23일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등 93학년도 전기대 입시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실력에 맞는 대학 및 학과를 견주어 보느라,한달도 채 남지 않은 입시 마무리 학습을 하느라 그야말로 초조하고 분주한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입시출제를 맡고있는 국립교육평가원 역시 이맘때쯤이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입시출제의 총사령탑 유성종국립교육평가원장(61)을 만나 입시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봤다. 유 원장은 충청북도 교육감을 연임한후 교육부 장학편수실장을 거쳐 지난 6월말 이 자리에 부임했다.
­전기대 입시준비는 잘되어갑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수·고교교사 등 1백30여명으로 출제 및 검토위원단 선정작업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들은 내주부터 모처에서 합숙하면서 본격적인 출제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좀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지난해 후기대 문제지 도난사건때 재출제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느라 입시가 20일 가까이 지연됐던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올해엔 정식 입시문제 외에 별도의 예비문제를 한벌 더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출제 및 검토위원들이 더 고생하게 되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올해 출제원칙과 출제범위는 어떻습니까.
▲지난해와 대동소이합니다. 94학년도부터는 새 대입제도가 시행되느니만큼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상적인 고교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평이한 내용으로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내에서 출제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편적 지식,기계적 암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은 가급적 지양하고 이해력·적용력·분석 종합력 등 고차적 정신능력을 측정하는 문항 중심으로 출제할 것입니다. 굳이 비율을 나눈다면 지식 20%,이해력 50%,분석 종합력 30% 정도 되겠죠. 또 함정을 만들어 실수를 유도하는 문제는 피하고 선택과목간 난이도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지난해처럼 쉽게 나온다는 얘깁니까.
▲지난해처럼 예상 정답률이 20% 이하 또는 80% 이상인 문항은 가급적 배제하고 과목당 평균점수가 60점(1백점 만점 기준) 안팎이 되도록 난이도 수준을 유지하겠습니다. 지난해 입시가 쉬웠다면 올해도 그정도로 쉽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이 난이도 수준을 놓고 쉽다고 얘기하는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입시에서 3백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1만3천명 정도 나왔습니다만 이는 여전히 전체 수험생의 2% 내외의 적은 숫자입니다.
­지난해 입시에서 문제가 너무쉬워 변별력이 약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지 않았습니까. 특히 국어·영어·수학 등 소위 「도구과목」에서 그랬다는 건데요.
▲그게 대부분 명문대 인기학과 교수나 입시 명문학원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얘기예요. 우수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어느정도 그런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입시출제는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에서의 수학능력평가라는 두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과목당 평균점수가 60점선으로 나온다면 가장 잘된 출제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 수험생 가운데 극히 일부인 최상위권대 지원생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문제가 어렵게 나와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외면하고 고액과외에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스런 현상입니까(유 원장은 이 대목에서 상당히 흥분한듯 언성을 높였다).
­일선 학교 및 학원가에서는 학력고사 난이도의 「해거리」현상과 94학년도부터 시행될 수학능력시험의 「맛보기」,그리고 문제가 쉽다는 지적에 대한 출제위원들의 「반발심리」 등으로 올해는 다시 문제가 어려워질거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습니다만.
▲어처구니 없는 루머에 불과합니다. 말도 안되는 풍문 때문에 수험대비에 혼선을 빚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 얘기들은 누가 지어내는지….
­94학년도에 첫 시행되는 수학능력시험은 구체적인 골격을 잡아가고 있습니까. 시행방안은 언제쯤 발표됩니까.
▲7차례에 걸친 실험평가 결과를 토대로 막바지 의견수렴 작업이 한창입니다.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구체적 시행방안에 대한 발표가 있을겁니다. 문항·배점·듣기평가 비율 등은 실험평가 방식대로 결정될 것 같고 시험 실시시기,표준점수제 도입여부 등에 대해서는 막바지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표준점수제를 놓고 찬반이 첨예합니다만 제 개인적 견해로는 적어도 시행 첫해에는 도입하지 않는 것이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학능력시험과 관련,일선 학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서 수학능력시험이 필요한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알 수 있다면 「입시선수 양성」이라는 종전 고교교육의 폐단이 고쳐지겠습니까. 충실한 학교수업과 제힘으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자기교육력」의 배양이 가장 효과적으로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자기교육력」은 많은 독서,깊은 사고,실험실습 위주의 노작학습,적극적인 특활활동 참여 등을 통해 길러질 것입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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