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어린 노력 끝의 결실"|미 하원의원당선 "금의환향" 김창준씨

잘 알려진 대로 김창준씨(53)는 지난 4일 미국선거에서 아시아계 이민 1세로는 최초로 연방하원의원이 된 사람이다.『맨손으로도 성실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아메리칸 드림」(미국인의 꿈)을 실현한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우리보다 이민역사가 훨씬 오래 된 일본(미연방상원의원은 있음)·중국계를 제치고 그가 그 기록을 세운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철저한 미국공부」인 것 같다.
그는 당선후 대만·홍콩·중국을 거쳐 모국방문을 위해 21일 서울에 왔다.
-미국공부란 어떤 것입니까.
『자기 생각을 소수민족이란 테두리 속에 가두면 안됩니다. 백인사회에 뛰어들었으니 그들에게 파고들어야지요. 생각의 주파수를 그들과 맞추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당선됐으니 이제 위원회에 들어가야 하는데 공화당 동료의원이나 한국·중국계지지자들은 나에게 외교위원회 아-태 소위 같은데서 뛰라고 추천하더군요. 한·일·중·대만 같은 소수민족(미국 내)의 이익을 대변해 달라는 뜻이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공공사업위원회와 중소기업위원회를 택했습니다. 내 지역구 캘리포니아 41지구는 유권자 28만 명(인구 60만 명)중 아시아계가 한국 2천3백여 명, 중국 5천여 명밖에 안돼요. 그렇다면 백인유권자가 원하는 일을 해야지요.
길게 봐서 그게 소수민족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요.』
-민주당 로버트 베이커 후보를 압도적으로 눌렀지만 어려운 일이 많지 않았습니까.
『토론은 참으로 진땀나는 일이지요. TV중계 속에 학교강당에 세 후보를 앉혀 놓고 청중들이 질문을 퍼부어 댑니다. 끝나면 청중들이 바로 종이에다 채점을 하고 결과가 다음날 나오지요. 일곱 번 토론에서 내가 모두 1등 했어요.』
-토론준비는 어떻게 했습니까.
『유고사태 등 국제문제부터 세세한 국내 일까지 안 물어보는 게 없어요. 매일 밤늦게까지 신문 3∼4종, 자료 테이프에다 공화당본부에서 보내 온 정책답변서를 공부해야 했습니다.』
-또 어려웠던 점은.
『지역구의 중국인들이 대부분 대만계인데 한중 수교가 발표되자 한때 싸늘해져 혼났습니다. 클린턴(미대 통령당선자)의 인기도 신경 쓰였고요.』
-선거자금은 얼마나 썼습니까.
『6명이 나왔던 공화당후보선거 때 34만 달러, 본선에서 21만 달러 등 총 55만 달러(약 4억1천7백 만원)가 들었죠. 교포들이 20만 달러, 미국인들이 20만 달러, 중국인들이 15만 달러를 거둬 주었어요.』
-인구가 60만 명이라는데 4억 여 원 밖에 안 썼습니까(한국에서는20만 명 지역구 유력 후보의 경우 10억 원 정도 소요).
『우편물 발송비가 많이 들고 나머지는 대개 TV·신문광고 비용이지요. 운동원들은 자원봉사자가 많았어요. 돈 많이 쓴다고 당선되는 풍토가 아니 예요.
어떤 공화당후보는 자기 돈 4백만 달러(30억 원)를 쓰고도 떨어졌어요.』
-자신의 당선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대개 능력 있고 성실해「아메리칸 드림」에 모두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개개인의 능력은 참 뛰어나요. 나의 당선이 이민 2, 3세들에게 가능성의 지평선을 넓혔다고 자부해도 될까요.』
김씨는 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보성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법대 재학 중 61년 이화여대 정외과에 다니는 김정옥씨(51·김씨의 부인)와 함께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그는 전공을 바꿔 남가주 대(USC)·LA칼스테이트 대학원에서 토목공학·환경공학을 공부했다.
김씨는 시 공무원을 거쳐 77년 직원 2명으로「제이킴(김씨의 미국 명)엔지니어링」이란 설계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현재 종업원 1백40여명, 연매출액 1천만달러로 미국 내 같은 분야에서 랭킹 3백50위로 커졌다.
대학시절부터 정계의 꿈을 키워 온 그는 90년 4월LA근교 신생도시 다이아몬드바시 의원당선(후에 시장이 됨)으로 첫 번째 성공을 쟁취했다.
김씨는 사돈인 박준병 민자당의원의 주선으로 김영삼 민자당총재의 초청을 받아 서울에 왔으며 29일까지 머무르면서 노태우 대통령·현승종 총리 등을 예방하고 지기들을 만날 계획이다. <김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