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은사건」으로 본 금융관행/「추심통장」이용 CD 불법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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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CD 발행·금고관리도 소홀
상업은행 명동지점사건은 금융기관이 사고를 막고 신뢰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씨사건으로 드러난 허술한 금융관행을 알아본다.
◇CD불법인출=「받을 어음 추심수탁통장」을 이용한 수법이 동원됐다.
이 통장은 은행이 어음·CD 등을 고객으로부터 맡아 보관하면서 보관사실을 기입해 실물(어음 등)대신 고객에게 내주는 일종의 「보관증명서」다.
이 통장은 발급 및 이용 자체는 적법한 것이지만 온라인화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전산처리가 되지 않고 은행원이 손으로 쓰게돼 있는데 이씨는 이같은 허점을 이용,인천투금 및 롯데건설이 주인인 6백억원어치의 CD·현금을 빼돌렸다.
◇보증어음 인출=어음은 금고에 보관하고 금고는 담당계원·대리 등 2명이 각자 서로 다른 열쇠를 갖고있다가 동시에 열게 돼있으며 지점장은 열쇠를 갖고 있지 않게 돼있다. 이씨는 그러나 지난 3일 『롯데쇼핑에서 복사본이 필요하다고 하니 꺼내오라』는 간단한 지시로 이 규정을 어기며 가져갔다.
◇공CD발행=은행이 CD를 팔때는 반드시 돈이 입금되어야 하나 명동지점측은 지점장이 외부에서 전화로 『조회가 오면 확인해주라』고 지시하자 돈이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CD를 갖고온 대신증권 지원에게 확인도장을 찍어주었다.
◇예금무단인출=이씨는 차모·한모씨 등 2명의 가계금전신탁 통장에서 모두 6억원을 빼냈다. 이씨는 『통장이 훼손됐다』며 예금주 명의의 통장을 재발행한뒤 무단인출했다.
◇관행개선=당국은 우선 내년부터는 조폐공사에서 인쇄한 통일된 용지로만 CD를 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CD의 액면금액이나 발행기간·보관방법 등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고 다만 은행별로 사고방지를 위한 나름대로의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CD를 은행이 보관하는 것은 거액의 CD가 분실되는 것을 막는 등 고객의 편의를 위해 생겨난 금융관행이므로 이같은 관행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고,대신 각 증권사가 정기적으로 고객들에게 보유주식 명세를 알려주는 것처럼 은행이 CD유무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CD통장의 발급업무를 빠른 시일안에 전산화시키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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