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석, 종전 32년 만에 오늘 방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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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민찌엣(65.사진) 베트남 국가주석이 18일(미국 동부 시간) 역사적인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베트남 국가 원수로는 1975년 베트남전 종전 뒤 32년 만에 첫 공식 방문이다. 22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찌엣 주석은 이번 방미에서 경제.정치.군사 분야의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방미 일정은 특히 경협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재계와 긴밀히 협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에 더 큰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목적에서다.

그는 미 의회 지도자들과 공산주의에 거부감이 큰 미국 내 베트남인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인권과 관련된 미국 내 반(反)베트남 정서를 누그러뜨려 경제 확대의 걸림돌을 치우려는 것이다.

?첫 일정은 월가 방문=찌엣 주석의 첫 방문지는 미국의 '경제 수도'인 뉴욕이다. 18일 뉴욕에 도착한 뒤 100여 명의 기업인을 대동하고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30여 명의 미국 증권사 및 투자은행 경영진을 만날 예정이다.

이후 미국 보험사인 AIG와 베트남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하는 베트남 금융.투자 포럼에 참석, 100여 명의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 밖에 GE 본사도 방문할 계획이며 베트남은행과 시티그룹, 하노이 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사이의 교류 협정 조인식에도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찌엣 주석은 정치 현안을 주로 다룰 워싱턴에서도 경제 분야 일정을 소화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이번 방미 중 베트남이 대형 보잉 항공기 구매 계약도 성사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인권 둘러싸고 갈등 소지도=20일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할 찌엣 주석은 정상회담에 앞서 미 의회 지도자들을 만난다. 여기서는 인권 문제와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 피해 보상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과의 22일 정상회담 뒤에는 양국 간 무역.투자 기본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IHT는 이 협정이 궁극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찌엣 주석은 23일 귀국에 앞서 로스앤젤레스로 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들과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공산화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찌엣 주석이 이들을 어떤 식으로 설득해 두 나라의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할지도 관심사다. 실제 베트남 정부는 자국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최근 베트남 내 반체제 인사를 잇따라 석방하고 있다.

찌엣 주석은 뉴욕 체류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내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임기 2년)으로 활동한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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