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인재 지키기' 파격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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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적 우수 중학생이 지역 내 고교에 진학하면 800만원의 장학금을 드립니다." 전북 군산시가 지역 인재 지키기에 나섰다. 현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수도권의 유명 학원강사를 초빙해 무료 과외도 시키기로 했다. 대도시의 특목고나 인근의 전주.익산 쪽으로 해마다 우수 학생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군산시는 17일 "지역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성적이 좋은 학생이 지역 내 고교에 입학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우수 인재 양성사업'을 마련해 하반기에 시행한다"고 말했다.

시는 중 3학년을 대상으로 7월이나 8월께 모의고사를 치러 성적이 1~20등에 드는 학생이 시내 고교에 진학하면 2개월 해외연수 비용 명목으로 1인당 800만원씩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21~50등 학생들에게는 1개월 해외연수 비용으로 350만원씩을 지급한다. 해외연수를 가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현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성적 우수 학생을 군산 시내 고교에 진학하도록 지도한 중학교에는 1인당 100만원씩 학력 증진 운영비를 지원한다.

군산시는 또 서울.수도권 학원가에서 활동하는 스타급 강사 6명과 대학 교수, 고교 교사 10명을 초빙해 우수 고교생을 대상으로 '주말 집중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은 1~2학년생 120명을 선발해 국어.영어.수학.논술을 토.일요일 4시간씩 무료로 가르치게 된다. 강사료는 한시간당 강사들에게는 25만원, 교수.교사들에게는 1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군산시 인재 양성 사업에는 7억여원이 들어가며, 시 장학재단인 '교육발전 진흥재단' 기금으로 충당한다. 2005년 설립된 교육발전진흥재단에는 군산시가 30억원, 기업.독지가 등이 38억원을 기탁해 현재 68억원의 기금이 마련돼 있다. 군산시는 이 기금을 활용해 농어촌 학생 지원, 교육 인프라 구축 사업도 활발하게 벌여 나갈 방침이다.

◆"우수 학생 붙잡아라"=군산시가 이처럼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은 지역 중.고교 재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아 인구 유출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좋은 교육 환경, 우수한 인재가 있어야 기업이 몰리고 경제가 활성화돼 인구가 늘고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며 "공교육을 흔들겠다는 게 아니라 교육 당국이 못하는 것을 챙기기 위해 이 같은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 시장은 특히 "지난해 100개 이상의 기업을 유치했지만 지역의 학력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련 업체의 임직원들이 자녀를 데리고 이사 오기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타 지역으로 나가는 우수 학생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고입 진학 현황을 보면 중 3학년생 2077명 가운데 과학고.외고.자립형 사립고 등 특목고로 82명, 전주.익산의 일반계 고교로 43명 등 총 125명의 상위권 학생들이 타 지역 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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