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단순·실용으로 뼈대 세운 코르뷔지에 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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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늘날의 장식예술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동녘, 2만원

우선 책 제목에 따른 오해 부터 풀자면, 여기서'오늘날'이란 1920년대를 말한다. 1920년 부터 1925년까지 프랑스에서 발행된 잡지 '에스프리 누보'에 실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글들을 묶어 발행한 '오늘날의 장식예술(L'art Decoratif d'Aujourd'hui)'을 번역한 책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직육면체로 대변되는 현대 건축의 선구자이자,고층 건물 위주의 현대 도시계획 주창자로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는 1887년 스위스에서 출생해 1965년까지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건축 및 도시계획가다.

그러나 그가 도시설계를 맡았던 인도의 샨디갈은 인간적인 맛이 없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히고 있으며, 코르뷔지에의 이념을 따라 브라질의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설계한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도'걷고 싶지 않은 도시'의 표본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가 설계한 주택들이나 프랑스의 롱샹 성당은 여전히 많은 건축학도의 순례지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코르뷔지에에 대한 신화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 배경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의 독창성은 누구도 따르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코르뷔지에가 활동하던 20세기 초는 산업혁명 이후 자본의 축적을 통해 가진 자의 사치가 극에 달하는 한편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이 성공해 소련이란 새로운 사회체제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코르뷔지에는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장식과 스타일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오히려 장식이 배제된 단순하고 검소한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 구현이라고 주장했다. 기능을 수반하지 않은 장식을 위한 장식을 극도로 혐오한 것은 이같은 그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기에 상당히 난해한 이 책도 불필요한 장식에 대한 코르뷔지에의 되풀이되는 비판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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