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미­EC 무역전/중재 나선 둔켈에 관심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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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년 협상 헛수고 안되게 노력/EC,피해산정위 구성엔 동의할듯
미국이 유럽공동체(EC)에 대해 선포한 무역전쟁 개전일이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무역질서의 최고 조정기관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10일 긴급중재를 의결하고 나섬으로써 그 성패여부에 세계 각국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둔켈사무총장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중재에 임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양측을 극한대결의 양상으로까지 몰고간 오일시드(유지작물종자)문제가 지난 6년간 끌어온 UR협상 전체를 무산위기로 몰아넣는 것을 차단하는데 최대 역점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오일시드 문제에 대한 타협에 끝내 실패해 무역전쟁으로 치닫게 될 경우 오일시드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에 대한 계속적 협상으로 UR협상의 타결을 도모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점이 가장 큰 주목거리다.
따라서 중재과정에서 둔켈사무총장은 어떤 형태로든 오일시드 문제에 관한 조정안을 양측에 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이미 GATT중재위원회가 두차례나 오일시드 문제에 대해 미국측의 주장을 인정한바 있는만큼 미국보다는 EC쪽에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GATT는 끝내 양측이 EC의 오일시드 생산량 감축폭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EC의 현행 보조금 지급체계로 미국내 오일시드 생산농가가 보고 있는 피해산정위원회 구성에 양측이 합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양측을 오일시드와 관련한 협상 테이블에 더 붙들어 둠으로써 미국측에 보복관세 부과를 연기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오일시드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에 관한 양측의 협상을 서둘러 진행시켜 UR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은 피해산정위원회 구성을 EC측에 요구한바 있으나 EC측의 거부로 무산됐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만큼 오일시드 감산합의가 끝내 실패로 끝날 경우 EC로서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피해산정위원회 구성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GATT 중재의 성공 가능성과 관련,한가지 긍정적인 변화는 EC 내부에서 프랑스에 대한 타협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정부나 정치인들이 여전히 「눈에는 눈」을 외치며 강경논리를 펴고 있는 것은 농민들을 의식한 대외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중재노력이 실패로 끝나 미국이 예정대로 EC산 일부 농산물에 대해 2백%의 보복관세를 물리게 될 경우 프랑스 아닌 다른 회원국들로서도 EC차원의 대미 보복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곧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의미한다. 그런만큼 둔켈사무총장이 워싱턴과 브뤼셀·제네바를 오가며 펼칠 삼각외교에 세계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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