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메르세데스, 나이는 쉰 둘, 열살 때 가족과 헤어져 30여년간을 부잣집 하녀로 일했다. 감히 주인과 같은 식탁에 앉은 적도, 그 집 화장실을 써본 적도 없을 만큼 순종적으로 일했지만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쫓겨나는 불운을 겪었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 새 일자리를 찾아 직업소개소를 전전한다.
그들이 만났다. 눈치챘겠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여자는 남자 집의 청소 도우미로 고용된다. 그런데 이 남자, 어쩐지 그녀가 안돼 보인다. 엉망진창인 집을 묵묵히 치워내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을 꼭꼭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상전 모시듯 하는 걸 보니 내내 기죽어 살던 인생이다. 너무 순박하고 선량해서 바보 같은 여자. 가난 탓에 엄마가 자신을 하녀로 팔아버렸다는 과거를 듣고는 연민이 느껴진다. 할아버지의 유산 상속 문제로 10년 전 부모와 의절한 자신과는 너무 다르다. 돈이 없어서, 돈이 많아서 부모와 헤어진 두 사람이다.
여자는 잠시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가 된다. 남자는 청소를 끝낸 그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한다. 좀더 시간이 지나자 헤어진 엄마를 찾아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자신의 몰골이 부끄럽다는 여자를 위해 의치(義齒)도 해주고, 그녀의 고향에 전화를 걸어 경찰에 뒷돈을 주며 엄마의 소재 파악을 부탁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엄마는 딸을 팔아 넘긴 기억조차 잊은 치매 노인이 돼있지만, 여자는 원망이 없다. 이제라도 함께 가족이 된 것을 기뻐하며 고향에 남기를 결심한다. "도련님도 부모님과 화해하세요, 그러면 더 행복해질 거예요 "라고 충고하면서.
그런 여자를 보며 남자는 돈 때문에 부모를 외면하고 원망한 자신의 옹졸함을 후회한다. 그는 결국 폐암 말기를 겪는 아버지를 만나고 마음의 앙금을 걷어낸다.
책 제목을 굳이 풀자면 이 소설에선 서로가 천사다. 스치듯 만났지만 놓칠 뻔했던 행복을 서로에게 찾아주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유쾌한 문체도 문체지만, 쉬어가는 코너 같은 '서점 에피소드'도 재미를 더한다. 훈훈함에 기댄 해피엔딩 소설이라 '독한' 이야기에 길들여진 독자에겐 싱거울 수 있겠다.
이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