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비디오|「영상 자료실」전국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상 문화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 및 일반시민들을 좀더 바람직한 영상문화 소비자로 길러 내기 위한「비디오 영상 자료실」이 전국 각지에 생겨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YNlCA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건비연)이 창립 3주년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고 있는「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3백20편 전시 및 특별판매 행사(7∼16일 서울 YMCA 친 교실)를 계기로, 영상 자료실을 만들겠다고 나선 기관 및 단체는 8일 현재 이미 62개. 그 대부분이 청소년 및 교육·종교단체와 기업체 노동조합으로 서울 뿐 아니라 제주·인천·대전·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이미 영상 자료실을 만들기 위해 주제별로 비디오를 단체 주문했거나 영상자료실을 만들기 위한 상담을 의뢰하고 있어 좋은 비디오 보기 운동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각 지방 고등학교 교장·교감. 교회 목사·성당 신부 등 이 학교나 종교단체에 영상자료실을 만들기 위해 모여드는가 하면, 초·중·고생 자녀를 동반한 학부모들도 상당수 찾아와 비디오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부도들은 어린이용 만화영화나 뮤지컬을 적극 권하는데 비해, 국민학생 자녀들은『러브스토리에『아웃 오브아프리카』등 사랑이야기를 다룬 비디오를 고집하는 식의「세대 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건비연의 이승정 간사는『저질·퇴폐·폭력 오락물 중심의 비디오 문화가 급격치 확산되면서 그 수요층의 연령 구분이거의 없어진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면서『그런 의미에서도 좋은 비디오를 스스로 골라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은 가장 더딘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한다. 해로운 비디오를 보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자세로는 상업주의에 편승한 폭력·음란물의 홍수로부터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사회단체·직장 등을 중심으로 많은 영상자료실들이 만들어질 경우 비디오 제작회사들이 좋은 비디오를 만들어도 나름의 소비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므로 바람직한 비디오 문화 확산에 좀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건비연이 지난 3년간 선정한 3백여 편의「시민이 뽑은 좋은 비디오」가운데 20여 편을 제외한 대부분이 일반 시중에서는 구해 보기 어렵다. 상당수의 비디오 제작업체들이「정말 좋은 비디오」를 2∼3개쯤 만든 뒤 도산해 버리는가 하면, 대부분의 비디오 대여업소들은 흥행 성 높은 비디오만 취급하기 때문에 여간한 노력 없이는 좋은 비디오를 사거나 빌릴 수 없는 까닭이다. 건비연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일반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비디오들을 시중가격의 30% 남짓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건비연 (735)1618은 수십 만원 내지 1백 만원 안팎의 예산으로 각 단체의 특성과 필요에 맞춰 세계관의 확대·현대사회와 가족·정치와 진실·범죄와의 전쟁·자유로운 배움·인간과 자연환경 등 주제별로 분류된 비디오들을 갖춘 영상자료실을 만드는 방법을 상담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 새로 나오는 좋은 비디오들을 소개하는 회보를 각 영상자료실에 보내 주고, 요청에 따라서는 비디오 감상모임을 이끌어 줄 강사를 파견하는 등으로 영상자료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