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라』이문열씨 기고에 대한 반론|"석방죄명 조작 언불성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문학평론가 반경환씨가 작가 이문열씨의 기고「문학을 뭘로 아는가」(본지=월11일자5면)에 대한 반론을 보내왔다. 마광수씨의『즐거운 사라』파문을 둘러싼 이씨의 글에서 보인 마씨석방 서명운동과 관련된 부문과 문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편집자 주】
중앙일보 11월2일자「문학을 뭘로 아는가」라는 제목의 이문열씨의 글을 읽고 매우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첫째는 마광수 교수와 청하 출판사 대표 장석주 시인의 석방서명운동에 가담했던 한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이었으며, 두번째는 문화적 후진국으로서의 한국사회 전반과 문화계에 대한 그것이었고, 세번째는 너무 흥분해 쓴 듯한 이씨의 처사 때문이었다.
나는 지난 10월30일 마광수 교수와 장석주 시인의 구속 수감소식을 듣고 여러 동료문인들과 그들의 석방서명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마광수 교수의『즐거운 사라』를 감명 깊게 읽었거나 옹호해서가 아니라, 창작의 자유와 출판문화의 탄압에 대한 심각한 우려감 때문이기도 했다.
2백여명이나 되는 동료문인들이『즐거운 사라』를 비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사직당국의 인신 구속이라는 물리적 탄압에 대한 항의 표시로서 그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씨도 그 2백여명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진정으로 말하건대 석방서명운동을 조작하지는 않았다. 나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 중에서도 결코 이씨를 대책위원으로 선임하거나 그러한 조각운동을 벌인 사람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씨의 글이 사실이라면 이씨를 비롯해 여러 동료문인들에게 백번 사죄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치 사건조작의 원흉처럼 되어 있는 이씨의 글을 읽고 그 사건의 경위를 알아 본 결과 저명인사의 뉴스 가치만을 좇아다니는 모 통신사와 모 방송사의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씨의 경솔한 처사와 유명 소설가라는 자기 과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동료문인들이 부당하게 구속되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씨는 좀 더 자제하고 사건의 경위를 제대로 알아보았어야 할 일이지,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는 듯한 언동은 삼가야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소설가가 작품의 허구성을 인정하지 않는 해괴한 사태도 그의 글 속에는 벌어져 있었다.
『즐거운 사라』는 그 문학적 가치가 어떠하든 간에 허구이며 창작품이지, 마 교수의 자서전이 아니다. 그린데도 그것을 문제삼아 명문대학 박사이자 국문과 담당교수인 마 교수의 자격문제까지도 시비를 걸고 있었다. 마 교수는 국문과 담당교수이지, 성윤리 담당교수가 아니다. 마 교수는 소설로서『즐거운 사라』를 출간했지 그것을 자서전으로서 출간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마 교수의『즐거운 사라』의 문학적 가치를 옹호할 수는 없지만『즐거운 사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사회의 성 윤리에 대한 총체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고 싶다.
이씨의 도덕적·문학적 과신의 문제를 좀더 따져보고 싶지만 소설가로서의 이씨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화될까봐 그만두기로 한다.
진정한 작가는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는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한다. 카프카가 그랬듯이 자기 작품을 모조리 불살라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때 이씨는 진정한 작가로서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보여진다. <반경환><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