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 차세대도"탄탄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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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마라톤은 남자에 관한 한 세계정상 궤도에 확고히 진입했다.
남자마라톤은 선수층이 다소 빈약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은 어느 국제대회에 나가도 우승권에 들수 있다는 사실이 6일 손기정 세계제패기념 제46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춘천)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이날 레이스에서 우승한 백승도(24·한전)나 아쉽게 2위를 한 장기식(22·건국대)등은 국내대회에서 한번도 우승해 본적이 없는 신예들.
그러나 이들의 기록을 분석해보면 세계정상수준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백승도의 우승기록 2시간11분6초는 올 시즌 세계랭킹 26위. 백은 또 지난3월 동아마라톤에서는 2시간10분7조(92 세계랭킹 10위 기록)를 달렸었다.
장기식도 지난 전국체전 20㎞단축마라톤에서 7년만에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으나 이후 극심한 컨디션 난조로 이날은 악전고투 속에 레이스를 치렀다. 그러나 기록은2시간11분24초의 수준급.
황영조(22) 김완기(24·이상코오롱) 김재룡(26·한전)등 리딩그룹과 함께 달렸다면2시간9분대도 주파할 수 있었으리란 전망이다. 이는 골인 후 백승도가 『다른 경쟁자들과 달렸으면 더 좋은 기록을 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데서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소위 상위주자 5∼6명은 레이스조건만 맞춰주면 기량이나 관록면에서 2시간9∼10분대는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국내마라톤코스는 주요국제대회 코스보다 악조건이다. 세계역대랭킹중 대부분이 로테르담·북경·뉴욕마라톤 등 쾌적하고 평탄한 코스에서 이루어졌다. 각 마라톤조직위에서는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기록을 만들어내기 위해 언덕을 깎아 내리는 등 쉼없이 코스를 개발, 변경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마라톤(아사히신문 주최) 대회는 올해 또 코스를 바꿨다.
이에 비하면 우리선수들이 달려온 잠실∼성남이나 춘천코스는 난 코스인 셈. 따라서 국내선수들이 국제 마라톤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
한국마라톤은 황영조·김완기·이창우 등을 보유한 코오롱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장기식이 내년 초부터 한전에 들어가고 백승도가 최근1∼2년 사이에 기량이 급상승, 기존의 김재룡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양팀 간의 라이벌 대결도 흥미를 끌게됐으며 건국대는 올 고교장거리 1위 고정원(92경호역전MVP)을 받아들여 여전치 정상권율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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