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G8 확대 시 중국 가입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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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이달 초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주요 7개국+러시아) 회의 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G8이 확대될 경우 중국이 여기에 가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이 그동안 중국의 G8 참가를 견제해 왔지만 총리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아베의 발언에 대해 메르켈 총리도 "잘 알겠다"며 동감을 표시했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회의 종료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산케이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 중국의 G8 참가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에 이어 이번 회의를 주재한 독일, 차기 회의 의장국인 일본이 모두 한목소리를 냄에 따라 중국의 G8 가입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이 중국의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로 ▶군사비 규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데다 19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를 하고 있고 ▶수단 다르푸르에서 민병조직이 저지른 대량학살을 묵인, 수단 정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베는 또 2005년 중국에서 역사문제를 둘러싼 반일 시위가 일어난 뒤 일본의 중국 투자가 한때 감소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는 일본 때리기가 경제성장에 마이너스이며 공산당 독재가 가능한 것은 경제 성장 덕분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일본과 중국의 우호관계가 재개된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정식 가입은 거부하지만 내년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는 예전과 같이 옵서버로 초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03년 G8 회의에 신흥개발국 자격으로 첫 참가한 뒤 2005년 이후 올해까지 신흥개발국 자격으로 참여해 왔다. 중국은 G8 가입에 관심이 있지만 정식으로 가입할 경우 경제정책과 인권문제 등에서 불리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옵서버로 꾸준히 참여하며 가입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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