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부피 커 유통비 많이 든다|산지 값 5배 되는 무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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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앙일보 10월27일자 독자의 광장란에 산지에서 62원짜리 무가 소비자에겐 4백원씩 팔려 유통비용이 많이 든다는 투고를 보고 정책담당 실무자로서 농산물 유통에 대한 실상을 밝혀 국민이 바르게 이해하기를 바란다.
최근 국민소득이 다소 높아짐에 따라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사례가 많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농산물 중 특히 무·배추는 밭에서 뽑아 운반 차에 싣고 수송해 도매시장·소매상 등으로 옮기는데 부피가 크고, 무겁고, 쉽게 상하므로 결국 더럽고, 어려운 일에 해당되기 때문에 취급하기를 꺼려한다.
게다가 인건비가 공산품보다 많이 들고 소매점포 임대료, 배달료 등이 많이 들어 실상 소매상에서는 남는 것도 없이 눈총만 받는다는 푸념이다.
한 예로 금년 여름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에서 무를 서울소비자에게까지 공급한 사례를 보면 무 한 트럭분 4천개를 농가에서 개당 1백50원씩 60만원을 받고 산지수집 상인에게 팔면 산지 수집상인은 밭에서 뽑아 트럭에 싣는데까지 25만∼30만원이 들고 서울까지 운송비가 20만∼25만원이 든다. 따라서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수학상 차비·수송비가 많이 들어 무한개에 1백50원짜리가 3백원이 된다.
서울 도매시장에서는 수집상인이 경비와 이윤을 붙이고 수수료를 포함해 중간상인에게 팔린다. 중간상인은 무 4천개를 1백∼2백개씩 나누어 소매상에게 파는데 파는 인건비·이윤·덤 등을 합해 소매상에 무한개에 4백원 정도에 팔게 되는데 소매상에서 4천개를 다 사면 중간 마진은 없어지나 물량이 많아 트럭단위로 살 사람이 없다.
소매상에서는 무한개에 점포까지의 운송비 1백원, 점포임대료·배달료·감모량 등으로 1백50∼2백원이 들고, 소매상인의 생계성 이윤 1백∼2백원을 붙이면 소비자는 7백50∼9백원에 사게된다.
소매상에서 무 2백개를 1백원씩 이윤을 남기면 2만원이 되는데 이것은 팔기가 편하고 이윤이 많은 공산품에 비해 이윤도 적고 팔기도 번잡하고 힘들어 취급을 꺼리는 실정이다.
그래서 산지에서 공짜로 가져와도 기본적인 유통비용이 들기 때문에 소비자는 무한개에 5백∼6백원을 주어야 살수 있다. 이것은 최근 몇 년간 인건비와 임대료가 크게 상승했고 차량 증가로 인한 수송의 어려움 등 물류비용이 농산물 값보다 턱없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직거래를 확대하면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직거래도 소비자 단체가 형성되어 무 한 트럭 4천개를 일시에 구입, 스스로 나누어갈 수 있는 체제가 안돼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데 농협에서 아파트단지에 무 한 트럭을 싣고 와 3일간이나 판매하고도 남았던 사례도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농산물의 특성상 유통비용이 많이 들고 취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개선키 위해 도매시장을 확대설치하고, 유통시설을 현대화시키는 등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계획(10년간)에 5조5천억원을 투자 할 계획이다. <하동호(농림수산부 채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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