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 「색」이 바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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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대로 관리 안해 키큰 침엽수에 밀려 사라져/차량 진입허용… 매연·먼지로 일찍 말라죽기도
한국 8경의 하나인 내장산 단풍이 망가지고 있다.
몰려드는 인파에다 올해부터 허용된 차량 진입으로 매연과 흙먼지·사람들의 북새통 속에 단풍 고유의 색깔이 나지 않는데다 훼손이 극심하다.<화보 11면>
게다가 오랜기간 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내장산 단풍나무는 각종 활엽잡목이나 키가 큰 침엽수에 밀려 전체 수목의 5%에도 미달하고 있어 「내장산 단풍」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마다 단풍철에만 집중적으로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내장산은 지난 토·일요일 이틀동안에도 13만명 이상의 행락객이 몰려 늦가을 단풍을 즐겼다.
그러나 올해들어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차량진입을 현재의 봉용동 집단시설 지구에서 2㎞ 이상 위쪽에 있는 옛 우화정 집단시설 지구까지 허용한 것이 문제.
내장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올해초 정주시 유관단체·기관장 회의를 통해 관광성수기에 몰려드는 차량들의 극심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경내 주차를 허용하는 대신 공원 관리비에 충당할 수 있게 승용차는 3천원,봉고 등 소형버스나 승합차는 4천5백원,대형버스는 6천원씩의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이 바람에 어우러진 단풍으로 절경을 자랑하던 이 산책로가 몰려든 차량·인파로 큰 혼잡을 빚을뿐만 아니라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과 흙먼지로 단풍이 제색깔을 내지 못하는데다 잎이 일찍 말라버리는 현상이 매우 심해진 것이다.
이번에 차량진입이 허용된 봉용동∼우화정 산책로 구간은 74년 당시 내장산을 관리하던 전북도가 자연훼손을 막고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집단시설물들을 현재의 봉용동으로 내린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관광비수기에만 차량 진입을 허용해 왔던 구간이다.
한편 육림전문가들은 내장산 단풍을 보존하려면 산속까지 차량을 못들오게 해야 함은 물론 온산을 뒤덮고 있는 활엽 잡목과 키가 큰 침엽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내장산=서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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