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들여 한국 신문사 집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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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나라 첫 신문인 한성순보부터 요즘 신문까지의 역사를 책으로 출간하다보니 내가 마치 한국 언론이 걸어 온 가시밭 길을 무사히 빠져 나온 기분이 듭니다."

팔순이 넘는 나이에 개화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신문의 역사를 책 3권으로 펴낸 한원영(81.대전시 전민동.사진)씨.

한씨는 2002년 '한국신문 한 세기'개화기 편, 2년 뒤엔 근대편에 이어 지난달 말 현대편을 출간했다.

97년 집필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국내 신문의 역사를 책으로 출간하는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가 출간한 책에는 한국 신문이 겪은 탄압.굴욕과 신문의 오만.권력 행사 등 모든 역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가 신문의 역사를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한 것은 청주 주성대학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한 1997년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첫 번째 펴낸 개화기편 서문에서 "나는 신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요, 신문에 대한 학문적 식견이나 가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한국 신문의 연재 소설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수집한 자료가 아까워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집한 자료를 활용해 집필을 시작했으나 신문의 역사를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전국 신문사와 대학 도서관,향토 박물관 등 자료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찾아갔다. 제주도에서 부터 서울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자료를 모았다. 이렇게 해서 모은 자료는 방 한 칸을 차지할 정도다.

아들이 컴퓨터를 사주었으나 컴맹이어서 사용하지 못하고 돋보기를 쓰고 일일히 원고지에 써야 했다. 그가 쓴 원고지 분량은 10만장. 책 3권의 분량도 3100쪽이 넘어 웬만한 인내를 가지고는 출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작업이었다.

한씨는 "역사를 다시 읽는 기분에 이 일에 미쳤던 같다"며 "최근 정부와 언론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신문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53년 경기상고를 시작으로 97년 청주 주성대학 학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그는 문교부 장학관, 청주전문대학장, 교육과정 심의위원 등 44년 동안 교직에만 몸 담은 교육자다.

글=서형식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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