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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 국무부 인신 매매 보고서에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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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 국무부 인신 매매 실태보고서에 실린 한국 현수막.

"베트남(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국내 거리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 사진이 2007년도 미 국무부 인신 매매 보고서에 등장했다.<사진>

미 국무부는 12일 발표한 인신 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한국의 도로변에는 자칭 국제 결혼전문가들이 걸어 놓은 이런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배우자를 만나기 힘든 한국 총각들을 국제결혼으로 유혹하고 있다"며 현수막 사진과 함께 동남아 여성들의 인신 매매 실태를 고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제결혼은 지난 5년간 4만3121명으로 3배나 급증했고, 이들 중 72%가 한국 남성이 동남아나 몽골 여성과 결혼한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인신 매매성 광고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일본, 말레이시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북한은 인신매매피해방지법(TVPA)상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군인 3등급으로, 한국은 최상 단계인 1등급으로 각각 분류했다.

한국은 TVPA가 제정된 2001년 3등급으로 출발한 뒤 2002년부터 줄곧 1등급을 유지했지만, 북한은 2003년 이후 줄곧 최악의 3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약 20만 명에 달하는 정치범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억압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주민 수만 명이 중국에서 불법 체류 중이며, 이 중 여성과 미성년자들은 중국인과 결혼을 조건으로 팔려가거나 강제 노동에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의 경우 여성들이 미국과 일본.홍콩.캐나다 등에 성 매매를 위해 건너가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및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에 유입돼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한국 남성들은 중국과 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 관광의 주요 수요자들이고, 갈수록 이들 국가 방문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인신 매매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성 매매.착취 차단을 위해 대대적 활동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모두 3만208명이다. 2001년(1만6명)에 비해 약 세 배로 늘었다. 이들 중 배우자가 중국.베트남 출신인 비율은 각각 48.4%, 33.5%다. 또 지난해 결혼한 농업.어업 종사자의 10명 중 4명은 외국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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