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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통합론 힘 실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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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다 된 것 같았던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합당 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당초 '15일 합당'을 예고했던 양당은 합당 선언을 20일로 연기했다.

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13일 "더 많은 중도개혁 세력 의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열린우리당에서 탈당이 잇따르고 있고 이미 많은 분이 탈당했다"며 "가급적 많은 의원을 합당 때 참여시키려면 20일 이전에 활발한 접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소통합'=이런 표면적 이유와 달리 양측은 민주당의 2002년 대선 빚 문제와 중앙당 사무처 및 시.도 지구당 등 지분 협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이 신설 합당할 경우 민주당의 대선 빚 42억원은 '통합민주당'의 부채로 넘어간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측은 채권자들이 가압류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면 국고 보조금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 측에 해결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원래 열린우리당이 갚을 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당 내부에선 열린우리당의 탈당 러시와 김근태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 등을 계기로 대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합당 속도를 조절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효석 원내대표와 이낙연.신중식 의원 등 민주당 내 대통합파 의원들은 이날 '소통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중도개혁 세력 대통합을 위한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탄력받는 '대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범여권 내 각 세력이 한꺼번에 대통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5월 9일 제안한 '중도개혁 세력 통합추진협의회'에서 대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이들은 어쩔 수 없지만 당을 해체하고 나오는 이들과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선 15일과 18일 30~40명이 순차적으로 집단 탈당을 결행할 조짐이다. 당 지도부는 14일 연석회의를 열어 당 외부에서 추진 중인 대통합 신당 참여를 결의하고 다음달 중순께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당 해체를 선언할 계획이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근태 전 의장은 1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만나 대통합과 오픈 프라이머리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사회 세력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나라당 후보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또 다른 후보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자격이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기투합한 범여권 3인=손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범여권 대선주자 3인은 13일 저녁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열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 대표의 '70년대 캠퍼스' 출판기념회 자리에서다.

행사에서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는 정 전 의장이 축사하는 내내 손을 붙잡고 있었고 정 전 의장이 자리로 돌아오자 세 사람이 함께 손을 마주 잡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 전 지사는 65학번, 정 전 의장과 이 전 총리는 72학번 서울대 동문으로 모두 1970년대 대학 시절을 보냈다.

정 전 의장은 "이해찬.손학규.정동영 세 사람만 통합해도 대통합의 절반은 잘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성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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