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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이명박 "국민들 김대업에 또 안 속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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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3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 서부어시장 공판장을 방문해 어민들을 격려한 뒤 광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후보 캠프는 13일 부글부글 끓었다. 며칠째 계속되는 열린우리당 공세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기류가 주조였다. 강경 기류를 주도한 건 이 후보 본인이었다. 이날 경남 지역 곳곳을 훑은 그는 전에 없이 격한 말들을 일거에 쏟아냈다.

"나를 죽이려는 세력이 힘을 모아 국회에서, 안팎에서 흉을 보고 폭로하고, 신뢰를 떨어뜨리고 또 '아니면 그만이다'라고 하고 있다…. 나라가 잘되려면 나라를 위해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서로 경쟁해야지, 나라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을 일 못하게 하려고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끌어내려서야 되겠느냐….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의 뒷다리를 걸어서 경제를 못 살리게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내가 그렇게 두렵나. 우리 국민들이 김대업에게 또 한 번 속겠느냐. 그렇지 않다."

그는 이어 "난 부도덕한 일을 하며 일생을 살지 않았다. 가난한 부모님을 만났지만 부모님은 (내가) 정직하게 바로 살도록 만들어줬다"며 "나를 끌어내리고 모함하는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국민을 믿고, 국민을 의지하고, 국민을 향해 나아가면서 최후의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후보는 당원 간담회가 끝난 뒤 '왜 강경 발언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국정을 논의해야 될 중요한 시기에, 상대 후보에 대한 음해와 공격으로 시간을 보내는 국회를 보며 정말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총체적 이명박 죽이기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 캠프도 파상 공세에 나섰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공격에 대해 "청와대를 포함한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

특히 '이 후보와 박근혜 후보 중 누구를 대선 파트너로 삼을까 고민하던 열린우리당이 원내 전략회의에서 이 후보 검증 문제를 집중 공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한 언론 보도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장광근 대변인은 "부동의 1위 후보를 낙마시키고, 만만한 상대를 고르겠다는 게 정권의 생각"이라며 "이 후보의 지지율을 박 후보 수준으로 끌어내려 만만한 후보를 고르려는 범여권의 '후보 선택 작전'이 가동 중"이라는 논평을 냈다.

박희태 선대위원장 주재로 20여 명의 분야별 위원장.본부장급 의원들이 모인 긴급 대책회의 분위기 역시 격앙됐다.

회의 뒤 캠프는 "2002년 김대업식 정치 공작과 같은 수법에 맞서 국민과 함께 의연히 싸우겠다"는 결의를 내놓았다. 또 "제기된 모든 문제에 대한 자료를 당 검증위에 제출해 철저한 검증을 받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하루 캠프 대변인실에선 10여 개의 논평과 발표가 릴레이로 이어졌다. 논평과 발표마다 범여권과 박 후보 진영을 싸잡아 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BBK와 관련된 5가지 거짓말'이란 자료를 내고 열린우리당과 박 후보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박 전 대표 측에서 시작된 BBK에 관한 거짓말병이 여권 인사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측은 또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경제성은 계속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한덕수 총리를 공무원 선거 중립 위반이라며 선관위에 고발키로 했다. 또 대운하 보고서 작성 경위와 정치적 배경 등을 밝히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언론 분야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을 선대위 언론특보단을 임명했다. 언론특보단은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본부장엔 이성준 전 한국일보 편집인이 기용됐다.

이 밖에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김효재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종완 전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영만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용한 전 CBS 본부장, 김경희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김해진 전 경향신문 정치부장, 임연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임은순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정군기 전 SBS 국제부장, 조명구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함영준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기세민 전 남도일보 정치부장이 포함됐다.

서승욱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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