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만나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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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바둑 이야기부터 꺼냈다. 계열사인 동양온라인의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 들어가 고수들의 대국을 지켜보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바둑 실력은 프로기사 조훈현 9단과 두 점을 놓고 겨룰 정도다.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다 읽고서는 곧 나올 마지막 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했다. 가벼운 소재를 화제로 꺼낸 건 의도가 다소 담긴 듯했다. 시멘트.레미콘 등 '딱딱한 사업'에서 금융.레저 등 '부드러운 사업'으로 중심을 옮겨 온 그룹의 발자취와 향후 청사진을 설명하려는 게 아닐까.

그룹 창립 50주년을 이틀 앞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회장은 "반세기는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이 주축이었지만, 앞으로는 금융.건설.레저 부문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특히 사모펀드 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한국의 금융산업은 아직 초보 단계"라며 "그간 쌓아온 금융 노하우를 살리고 선진국 투자은행의 첨단 금융 기법을 도입, 사모펀드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활동 무대로는 국내 뿐만아니라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을 지목했다. 동양그룹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증권사무소를 두었고 필리핀에서는 저축은행을 운영한다. 9월에는 인도네시아에도 사무소를 낼 예정이다.

현 회장은 재계 이슈로 떠오른 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관해 "동양생명이 올해 1500억원의 이익을 낼 걸로 예상돼 내년에는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내년 동양생명 기업공개 전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건설 비전에 대해 현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이 시멘트.레미콘 같은 건자재 사업을 하고 있고 개발 사업에 필수적인 금융업도 갖춘 상태여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동건설 인수설에 대해서는 "비싼 프리미엄까지 주면서 무리하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현 회장은 이어 "소득이 커질수록 레저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강원도에 소유한 시멘트 폐광산 등 보유 부동산을 활용, 대규모 리조트 사업을 벌이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일등 정신으로 무장, 다음 반세기를 준비하자고 임직원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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