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경마 주춧돌 놓겠다"|마사회 성용욱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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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승부조작사건에 이은 조교사의 잇따른 자살로 시작된 「경마장 사건」이 발생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이 사건으로 경마 이미지가 곤두박질쳤지만 건전 경마 구현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아울러 받고 있다. 사건의 여파로 성용욱 전 안기부 1차장이 유승국 전임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6일 제24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했다. 「또 외부인 영입이냐」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업무 파악에 여념이 없는 신임 성 회장을 「스포츠 초대석」에서 만나 앞으로 마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를 알아본다.
-늦었지만 취임 소감을 한마디 해주십시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처럼 경마가 사랑 받는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취임사에서 인화단결을 강조하셨는데요.
▲어느 조직체든 서로 믿고 일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일반직원들과 조교사·기수들이 따로 노조를 구성하는 등 반목과 이질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이 사라질 때 비로소 마사회의 밝은 앞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회장실의 문턱을 없애 직원뿐만 아니라 경마 팬들의 불만·고층사항을 회장이 직접 경청하겠습니다.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도 책상에 앉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담당 직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건전한 경마 풍토조성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사실 지금까지는 양적 팽창에 급급해 팬들에 대한 서비스가 부실했습니다. 우선 불법 경마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장외 마권발매소(TV경마장)와의 계약을 올해로 끝내고 내년부터 전부 직영으로 전환, 면모를 일신하겠습니다.
또 내년 8월로 예정된 개인 마주제를 예정대로 실시, 승부 담합과 「검은 손」 개입을 근절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국정감사에 이어 2주일 예정으로 지난 21일부터 체육청소년부의 감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감사는 건강진단처럼 조직체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과감히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가 골난 뒤에도 인사·조직 면에서 불합리한 면이 발견되면 고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과 경마를 가깝게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경마 주로 안에 위치한 골프장을 없애고 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있습니다.
또 안방에서도 전화·컴퓨터 등을 이용, 경마를 즐길 수 있는 재택 투표(베팅)를 도입, 부담 없이 경마를 즐기도록 할 예정입니다.
감사원 사무총장·국세정장·안기부 1차장 등 주로 딱딱한 곳(?)에서 근무해온 성 회장은 「신뢰받는 경마, 사랑 받는 경마」를 이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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