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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하는기업들] "전력소비 11% 줄였는데 매출은 59%가 늘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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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진수식을 한 이지스급 구축함 세종대왕함엔 영국 롤스로이스사가 개발하고 삼성테크윈이 제작한 발전용 가스터빈이 실려 있다. 개발 제품이 한국 최신예 구축함에 채택될 정도인 롤스로이스는 그만큼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다. 선박뿐 아니라 항공기ㆍ발전소의 가스 터빈 엔진 분야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연간 매출총액은 74억 파운드(약 14조원)에 이른다.

 연료를 태우는 엔진을 개발하는 기업인 만큼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유럽연합(EU)의 목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사뭇 다르다.
 롤스로이스 전략연구센터의 필립 워시(47ㆍ사진) 소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은 우리 롤스로이스에 부담이라기보다 기회”라며 “신재생에너지 분야 같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워시 소장은 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주한 영국 대사관이 개최한 기업들의 모범 경영사례를 소개하는 비즈니스 세미나의 주제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기존 기술을 새로운 환경친화적인 시장에 적용하려는 대표적인 사례가 조력발전”이라고 소개했다. 바닷물 흐름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조력 발전에도 터빈 엔진이 필요한데, 그동안 롤스로이스가 개발해온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핵심 분야인 항공기 엔진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연간 7억5000만 파운드(1조4000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이 중 3분의 2가 환경친화적 엔진 개발에 쓰인다.

 롤스로이스는 유럽항공자문위원회(ACARE)가 제시한 대로 2020년까지 승객 한 사람을 1㎞ 실어나를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0년보다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워시 소장은 “항공기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여행객 한 사람이 1㎞를 여행할 때 들어가는 연료량은 고속철도나 자동차에 비해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 절약 같은 환경친화적인 생산을 추구하더라도 매출 향상은 가능하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들도 수출상품 수송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워시 소장은 “1998~2006년 롤스로이스의 전력 소비는 11%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59% 늘었다”고 소개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부터 선박ㆍ에너지 시스템에 적용할 초효율ㆍ초경량 차세대 열교환기 개발사업을 부산대 하만영 교수팀, ㈜동화엔텍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신재생에너지=석탄ㆍ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새로운 형태로 바꿔 활용하는 신에너지와 자연의 순환원리에 따라 끝없이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신에너지에는 연료전지ㆍ석탄액화가스ㆍ수소에너지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에는 태양열과 태양광발전ㆍ풍력ㆍ수력ㆍ지열ㆍ조력ㆍ폐기물소각ㆍ매립가스, 생물체를 활용하는 바이오에너지가 포함됩니다.

◆탄소펀드(Carbon Fund)=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펀드의 주 수익원은 온실가스 저감사업으로 생기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들이 개도국에서 시행하는 청정개발체제(CDM)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국내에서도 다음달 출시될 전망입니다.

롤스로이스의 환경경영

▶오염 줄이기 성과
 -50여 년 전 민간항공기에 제트엔진 도입으로
 -승객 한 사람 1㎞ 이동하는 데 드는 연료 70% 감소
 -항공기 소음 20데시벨(㏈), 75% 감소 

▶오염 줄이기 목표 (2000~2020년)
 -승객 한 사람 1㎞ 이동하는 데 드는 연료 50% 줄이기
 -질소산화물 배출량 80% 감소
 -항공기 소음 50%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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