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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젊어도 쿵! 쿵! 뇌졸중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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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뇌졸중에 안전지대는 없다!'. 최근 뇌졸중으로 36세의 아역스타 황치훈, '서울탱고'의 가수 방실이(44) 등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젊은층의 뇌졸중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뇌졸중은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노인 질환'쯤으로 여겨지기 때문. 하지만 환자 발생은 여름을 비롯해 사시사철 일어나며 한창 일할 때인 45세 이전 환자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젊은 뇌졸중도 주범은 고혈압=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고혈압이다. 혈관 노화가 급격히 진행하는 45세 이후에 환자 발생이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0대도 혈압이 높다는 말을 '우연히'라도 들었다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사회적으로 활동력이 왕성한 35세 이후엔 평상시 심하지 않은 고혈압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급격히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밝힌다.

예컨대 변화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노인은 혈압이 140/90㎜Hg 정도만 유지돼도 갑작스런 혈압 상승으로 뇌졸중에 빠질 위험은 높지 않다. 하지만 혈압 140/90㎜Hg의 경계역에 있는 40세 직장인의 경우 분노.당황.고강도 업무 등 생활 스트레스가 발생할 땐 수축기 혈압이 200㎜Hg이상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이가 젊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면 혈압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잠복성 고혈압도 관리 대상=젊은층은 상황에 따라 혈압이 오르내리는 잠재성 고혈압 환자가 많다. 직장 고혈압이 대표적인 예. 일본의 한 연구팀(구와지마 이와오 박사팀)은 직장인의 30% 정도(기업체 직원 36%, 공무원 23%)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출근만 하면 혈압이 올라가는 '직장 고혈압'이라고 발표했다. 통상 혈압 변화는 평상시엔 10㎜Hg정도지만 직장에선 50㎜Hg 이상 올라가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흰 가운만 보면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白衣) 고혈압도 있다. 이들 또한 뇌졸중으로 진행할 확률이 보통 사람의 3배 이상 된다.

직전 고혈압도 요주의 대상이다. 수치로 보면 정상 혈압(120/80㎜Hg 이하)과 고혈압(140/90㎜Hg 이상) 사이지만 우리나라 30세 이상 남성의 39.8%, 여성의 30.6%가 이 범주에 해당한다. 혈압이 115/75㎜Hg만 넘으면 이때부터 수축기 혈압은 20, 이완기 혈압은 10㎜Hg 이상 올라갈 때마다 뇌졸중 확률이 두 배씩 높아진다.

◆한여름도 뇌졸중 요주의=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경문 교수팀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뇌졸중으로 응급실을 찾은 6026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12, 1월보다 7, 8월 환자 발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걸쭉해져 고혈압.동맥경화 환자가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뇌졸중 발생엔 계절보다 심장병.동맥경화.고혈압 등 위험인자 유무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

◆뇌졸중 예방은 젊을 때부터=혈압은 환경이나 생체리듬에 따라 언제라도 비정상적으로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젊을 때부터 적극적인 혈압 관리를 해야 한다. 평상시 혈압을 5㎜Hg만 낮춰도 뇌졸중 가능성이 40% 줄어들기 때문. 고혈압 환자는 당연히 진단 즉시 약물 복용으로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법도 익혀야 한다. 분노 상황에선 혈압이 평상시보다 70~80㎜Hg씩 오르는 일도 드물지 않다. 배희준 교수는 "자신의 혈압을 모르던 30세 환자가 심한 분노 끝에 곧바로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오기도 한다"고 들려준다.

흡연은 물론 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 손상을 초래하는 요인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또 운동.싱겁게 먹기 등 혈압을 낮추는 생활 습관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익혀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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