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얼굴찾기 진통 거듭/김 회장 영입안될땐 당내 추대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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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대선불출마 단언과 함께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의 영입이 다시 신당추진세력간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가칭 새한국당은 일단 김 회장 문제를 접어둔채 박태준 전 민자당최고위원 등의 설득에도 나섰으나 여의치 못해 결국 김 회장에게 미련을 갖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내부인사 추대의견까지 개진하고 있다.
○…새한국당(가칭)은 26일부터 강영훈 전 총리와 박태준 의원의 영입교섭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찬·김용환의원은 강 전총리와 접촉했지만 강씨는 불참의사를 분명히 했고 박철언·유수호의원이 박태준의원을 만나기 위해 26일 포항으로 내려갔으나 박 의원마저 거처를 옮겨버렸다. 이같은 영입교섭을 위해 27일로 예정돼 있던 창당운영위 전체회의도 28일로 연기했다. 그동안 후보대상으로 거론됐던 김준엽 전 고대총장은 고사의사가 완강해 사실상 제외해 놓고 있는 상태다. 강 전총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새한국당후보로 나설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김우중회장 영입이 다시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신당인사들은 하는 수 없이 김 회장이 귀국하는대로 다시 영입교섭을 해나가기로 했다.
채문식창당준비위원장은 『김 회장문제는 최종 그분의 결심에 달려있지만 우리는 성의있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영입교섭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신당의 한 핵심인사는 『김 회장이 이번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 말을 뒤집으면 신당에는 참여하되 다른 사람을 후보로 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25일 이종찬의원과 만나 『대선후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오막살이 정당을 키워 훌륭한 정당으로 발전케 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당세력들은 김 회장이 후보에 연연하지 않고 신당에 참여하게될 경우 현재 불참을 밝힌 강 전총리와 박태준의원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미련을 갖고 있으나 강·박씨는 냉담하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엔 이론도 없지 않다. 김 회장이 후보로 나서지 않은채 과연 다음 기회만을 생각하고 위험부담이 큰 정치게임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우그룹의 경영상태로 보아 김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 영입에 대한 신당내부의 이견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도 과제로 남아있다. 물론 김 회장이 후보로 나서지 않는다면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자신들이 표방하는 새정치와 「재벌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김 회장의 참여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당인사들 사이에선 최악의 경우 내부인사를 추대하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강 전총리나 박태준의원 등이 끝내 고사할 경우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고 달리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대안부재론을 들고 있는 것이다. 내부인사를 추대한다면 이종찬의원이 유력시 되지만 이 역시 간단치는 않다.
이 의원 스스로가 이번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거듭 천명함으로써 그나마 신당의 모양새가 갖추어졌을뿐 아니라 이자헌·김용환의원 등 김 회장 추대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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