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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 기아민 구호 나선 일가족-우간다 난민마을로 이민 전직 농업교사 유형렬씨 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농촌의 한 전직교사 일가족 3명이 기아난민 구호를 자원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전남 고흥농고 전 농업교사 유형렬씨(34)와 부인 이민자씨(32). 아들 정상군(8)이 그 주인공.
유씨는 『기독교 신자로 대학시절 이미 난민구호에 뜻을 뒀다』며 『구호사업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현지에 정착해 살며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활동에 필요한 기본경비는 자비와 고흥의 길두교회 동료신자 50여명이 보태준 돈으로 충당했다.
유씨 일가족이 구호사업을 벌일 곳은 아프리카 내륙 우간다의 카냐리에 두라는 난민마을. 재해와 기근 등으로 떠돌다 모여든 인근 10개 부족의 난민 1만여명이 정착한 곳이다.
서울대농대 출신인 유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현지에서 농법보급 등에 치중할 계획이다. 『농업 생산성을 높여 식량을 자급 자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아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기아자들은 당장 배가 고프다보니 씨앗을 줘도 다 삶아 먹어버립니다. 제법 비옥한 땅에 사는데도 아사자가 속출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농사를 제대로 지을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지난 여름 자신의 퇴직금 1천1백만원 중 일부를 털어 현지답사를 마친 유씨는 고구마·감자·옥수수 등의 재배가 적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간다는 북한의 군사고문단으로부터 80년대 들어서야 제대로된 벼농사기술을 익혔을 만큼 농업이 낙후돼 있다.
『기독교 신자로 대학시절 이미 난민 구호에 뜻을 뒀다』는 『아내가 오지에서의 봉사를 전적으로 찬동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인 이씨는 현지에서 의료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유씨는 『농법·농기계 조작과 수리·의료·언어교육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팀을 이뤄 봉사하면 구호의 효율이 더욱 높을 것』이라며 『같이 일할 사람은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말했다. 우간다는 글을 읽고 쓸줄 아는 사람이주민의 10%도 채 안되는 까닭에 농법의 보급 등 모든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유씨는 원래 국내의 농촌에서 봉사활동을 벌일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농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우리 농촌을 지킬 젊은이는 아직 많다』고 생각돼 해외봉사를 결정했다. 말라리아·황얼·에이즈 등 풍토병이 다소 걱정되지만 현지주민들이 대단히 순박해 생활은 오히려 즐거울 깃 같다고 유씨는 말했다.
정상이는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 섭섭하지만(가져가는)전자오락기로 아프리카의 새 친구를 많이 사귈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씨는 『우리의 제도권교육이 아이들에게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오히려 자연과 친화해 사는 법을 익히는 것이 정상이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 가족이 현지에서 벌이는 대형사업은 한국국제기아대책본부가 후원할 예정이다. 유씨는 『늙어 고향에 돌아와서 농사를 짓겠다』며 22일 밝은 표정으로 출국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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