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수표 갈수록 “시들”/부도잦고 신용카드에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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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만원권 「자기앞」사용은 연 32% 늘어
우리나라의 유일한 개인수표인 가계수표가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언젠가 시행될 금융실명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신원확인이 어려운 자기앞수표의 사용은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개인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가계수표의 사용은 늘려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1년 7월부터 도입된 가계수표의 이용자는 90년 1백5만명을 고비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가계수표 거래량 또한 올들어서 큰 폭으로 감소,지난 6월중에는 2백15만장 1조9천50억원어치만 교환됐다.<그림 참조>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가계수표 이용은 거꾸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통계는 가계종합예금 가입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가계수표의 이용 또한 가계종합예금통장으로 지급된 봉급을 찾는데 쓴 경우가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예금가입자중 실제로 수표를 끊어 거래에 이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당국도 이에 대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가계수표는 봉급생활자들에게는 거의 외면당하고 있으며,시장상인 등 자영업자가 어음식으로 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현금이나 다름없는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는 갈수록 사용이 증가,지난해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발행량은 처음으로 10억장을 넘어선 10억6백만장(액면가 1백조6천억원)을 기록,90년보다 34.6%나 늘어났다. 91년말 현재 10만원권 수표의 하루평균 유통량은 2백42만장(2백42억원)이며,88년이후 연평균 32%씩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수표의 인기하락은 신용카드가 보급되고 부도 등 사고가 자주 생기면서 가속화됐다. 그러나 가계수표는 카드와 달리 물품구매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간의 자금거래,공공요금 납부,주택 등 부동산거래 등에 널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와는 별도로 육성이 필요하다는 금융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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