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으로 번진 'BBK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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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정치.통일.외교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열린우리당 간에 격전이 벌어졌다. 양측은 이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BBK란 재미교포 김경준씨가 설립.운영해온 투자자문회사로, 사기사건에 연루돼 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김경준씨와 함께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옵셔널벤처스코리아(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사건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옵셔널벤처스는 BBK가 2001년 매입한 회사다.

박 의원은 "김씨가 주가 조작에 이용한 계좌 내역에는 BBK 계좌와 이 전 시장이 대주주였던 LK-e뱅크 계좌가 수없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라며 김씨의 범죄인 인도 당시 미국 법원에 제출된 한국 검찰의 수사기록 사본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김씨와 LK-e뱅크는 동업했지만 BBK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해 왔다.

▶박 의원=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기록에 LK-e뱅크 계좌가 나온다. (이 전 시장은) 왜 수사 안 했나.

▶김성호 법무장관=피의자는 김씨 혼자다. 김씨가 미국으로 도주해 기소중지됐다.

▶박 의원=김씨가 다시 오면 수사 재개되나.

▶김 장관=그렇다.

박 의원의 공세가 계속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만 하고 내려오라"는 고함을 질렀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이병석.이재웅 의원은 "대정부질문이 아니지 않으냐"며 의장석으로 달려나가 이를 말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몸싸움도 벌였다. 이병석 의원은 박 의원을 향해 "김대업의 여동생이냐"라고 소리쳤고, 한나라당 의원석에선 "박대업이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자 정청래.윤호중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과잉 충성하지 말라"고 맞고함을 질렀다.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eBK증권사'의 출자.주주관계 확인서를 공개하면서 "이 회사는 이 전 시장이 최대 주주, 김경준씨가 2대 주주로 나와 있다"며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의 친필 사인도 포함돼 공동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에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도 포함돼 있지만 '특수관계인 관련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면책특권 악용 공세"=이 후보는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박 의원을 겨냥했다.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도 "LK-e뱅크의 자본금과 계좌는 김경준씨가 혼자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이 제기한 eBK 증권사 불법 서류 등록 의혹에 대해 이 후보의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eBK는 이 후보가 김씨의 불법 행위를 알기 전 LK-e뱅크와 함께 동업을 추진했던 회사"라며 "금융감독원에 임시허가만 받았다가 취소했으며 임시허가이다 보니 서류에 다소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욱.정강현 기자<foneo@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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