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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조례 제정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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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6·10 항쟁 20주년을 맞이했다. 그 시절을 타는 목마름으로 보내야 했던 수많은 국민으로서는 실로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 쟁취의 뜨거운 피가 화산처럼 끓어올라 마침내 이 나라 역사에 민주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 당시의 시대정신을 계승하고 전승시키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 6.10 항쟁이 주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의식 고양'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시민참여'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직선제 개헌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시민단체가 나라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수 시민단체가 중앙 무대에 대해선 많은 심혈을 기울인 반면 지방행정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1991년 제2기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됐지만 지금도 지방행정의 난맥상들이 여기저기서 수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우리 시민운동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시민참여 기본조례 제정 운동'을 전국민적으로 펼칠 것을 제안한다. 지방자치는 궁극적으로 주민참여가 활발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독선적인 정책 운영을 견제하고, 행정 투명성을 확보해 지역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민의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참여조례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청주시의 '청주시민 참여 기본 조례'는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고양한 성공 사례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조례에서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제9조의 '시정 정책토론 청구제'다. 시의 중요한 정책사업에 대해 지역 주민 200명 이상이 연서해 청구하면 시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 달 이내에 토론 청구에 응해야 한다. 시의 정책 방향을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모색하도록 한 이 제도는 참여 민주주의 제도의 취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참여조례 제정 이후에 지자체와 주민들이 굳건한 실천 의지를 갖고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이 지속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시위문화도 대중집회와 투쟁 일변도의 굴곡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사회 현안을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이제 시민단체와 지자체들이 지역과 국가, 나아가 우리 후손을 위해 시민참여 조례 운동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이민세 한국가치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