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도난수표 사용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40대가 성남서 10만원짜리 14장 물품구입/광주 동직원이 잃어버린 신분증 갖고 다녀
민자당 서울시지부 금고에서 지난달초 도난당한 4억5천여만원중 회수되지 않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 8백40여장(8천4백여만원·추산) 가운데 14장이 최근 범행관련 인물로 보이는 40대 남자에 의해 잇따라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수표들은 도난사건발생 9일만에 고액권 수표뭉치 3억6천만원이 우체통을 통해 회수된 다음날인 지난달 15일부터 경기도 성남지역에서 「이종철」이란 이름으로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서울경찰청은 이에 따라 성남시 일대 상가 등지에 형사대를 잠복시켜 도난수표의 추가사용 현장추적에 나서는 한편 「이종철」이란 가명을 쓰며 공무원행세를 하는 48세가량의 남자를 수배했다.
경찰확인 결과 이 남자는 지난달 15일 성남시 신흥동 화장품가게에서 1만8천원짜리 남성용 화장품세트를 사면서 최초로 수표를 사용한뒤 1∼2일 간격으로 부근 모란시장 주변의 또다른 화장품가게 2곳과 약국·정육점·술집 등에서 지난 14일까지 13장을 더 썼으며 이중 7장에는 「이종철」이란 이름과 42××××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서했다.
경찰은 이서된 이름을 추적한 결과 이씨가 전남 광주시 모동사무소 직원으로 지난 6월 집에서 공무원 신분증이 든 지갑을 도난당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 남자가 이씨의 신분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이씨의 행세를 하며 수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남자는 1m70㎝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짧고 단정한 머리의 공무원모습으로 수표를 사용할때 지갑속에 1백여장쯤 되는 똑같은 수표뭉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특히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한근을 사거나 약국에서 드링크제를 사는 등 주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했으며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시장 포목점을 통해 마지막으로 은행(국민은행 여의도지점)에 회수된 수표는 성남시내 술집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적됐다.
경찰은 이 남자가 민자당서울시지부 내부인과 결탁된 도난사건 연루자로 고액권 수표 3억6천만원과 10만원권 9백만원을 우체통을 통해 두차례(9월14,16일) 반환한뒤 나머지를 허위 이서 수법으로 조심스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