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들로 본 올 경영계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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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발언을 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삼성의 '신경영 선언' 자리에서였다. 2년 뒤인 95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도 우리 사회에 던지는 그의 일침은 계속된다. 李회장은 "한국의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까지 이어진 신경영 10년. 그 기간 중 李회장은 수시로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일궈냈다. 과연 삼성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 해답의 상당 부분은 '이건희 개혁 10년'(김영사)이란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신경영 주역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경영서다.

책 제목에서 보듯 李회장은 꾸준한 '개혁'을 강조했고, 이달 16일 사장단 회의에서도 "일류에서 초일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혁'은 올 경영계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개혁'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서울특파원이 쓴 '한국의 개혁 끝나지 않았다'(현대미디어)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은 한국기업의 경영스타일이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혁'에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생존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예컨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한국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연공서열이 무너졌다.

또 상위 5%에게는 좋은 대우를, 하위 5%는 도태시키는 '5%룰'이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은 개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선택과 집중'도 강조했다. 일본이 반도체 투자를 줄일 때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다른 분야의 투자를 줄이면서도 반도체에 과감히 투자해 세계시장을 석권했다고 적시했다.

올 경영계에는 '윤리경영'과 '나눔경영' 붐도 불었다. 삼성.LG.현대차.포스코 등 굵직한 기업들이 실천하고 있는 경영방식이다. 이를 다룬 책이'영혼이 있는 기업'(거름). 이 책은 기업이 돈을 잘 벌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버는 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역발상을 요구한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돈도 잘 벌고 장수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을 다룬 경영서들도 많았다. '한국 CEO의 조건'(청림출판),'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거름) 등이다.

이들 책이 주는 충고는 이렇다. '삼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빌려 쓴다'는 것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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