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비율 축소 파장] 오피스텔 계약자, 대출금 갚기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지난해 초 일산 A오피스텔을 분양받은 朴모(45)씨는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당시 총 분양가의 10%인 6백80만원만 계약금으로 내면 중도금(분양가의 60%)을 무이자로 융자해 준다는 조건이 좋아 계약했는데 최근 은행에서 '담보 대출 비율이 40%로 축소됐으니 입주 때 중도금의 20%를 갚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팔고 싶지만 분양가 이하로 거래되고 있어 웃돈은 커녕 계약금도 못 건질 판이다. 朴씨는 "회사의 장담과 달리 웃돈이 안 붙어 여태까지 못팔았는데 이젠 대출 상환 압력까지 받게 됐다"고 걱정했다.

10.29 부동산대책 이후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 대출 비율이 40% 이하로 축소되면서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 계약자들이 대출금 상환에 비상이 걸렸다. 2001년 이후 분양된 오피스텔의 대다수가 분양가의 60% 이상을 무이자로 융자해 주었으나 입주 때 담보 대출로 전환하면 축소된 40%를 뺀 나머지 돈을 계약자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중도금 대출분이 그대로 담보 대출로 전환됐다.

일반.주상복합 아파트도 담보 대출 비율이 줄었지만 웃돈이 많이 붙어 시가로 담보 가치를 재평가하면 대출 가능 금액이 분양가의 60% 수준이거나 오히려 그 이상이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경우 상당수가 웃돈이 미미하거나 분양가 이하로 거래돼 계약자들의 상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금 여력이 없는 계약자들은 분양가 이하에 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팔리지도 않는다.

일산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장항동의 한 오피스텔 분양권을 사려던 사람이 중도금의 20%를 잔금과 함께 내야 한다는 말에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천 상동 신도시 일대의 주거용 오피스텔도 상당수가 계약금 10%에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 60%로 했기 때문에 입주와 함께 진통을 겪고 있다.

매매 대신 임대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임대료가 크게 떨어진 데다 임차인을 들일 경우 방이 한개만 있어도 1천6백만원의 소액임차인 보증금을 추가로 공제해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입주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분당 서현동 S공인 사장은 "종전에 입주가 두달 만에 끝났다면 앞으로는 이보다 최소 한두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회사에는 계약자들의 항의 사태와 함께 해약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일산에 지은 오피스텔의 입주가 시작되는데 대출 비율이 줄다 보니 당초 계약과 다르다며 해약해 달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중도금이 이미 집행됐고, 한 두건이 아니어서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도금 대출은 대부분 건설회사가 지급보증을 선 신용대출이라 만약 계약자가 돈을 못 갚는다면 건설회사가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에 업체 측도 좌불안석이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담보 비율 축소에 따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특히 내년에는 서울 4만2천2백여가구를 비롯, 수도권에서 올해보다 1.5~2배가 넘는 오피스텔이 입주할 예정인데 오피스텔을 많이 지은 업체는 이 문제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건설 관계자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과 분당의 계약자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내년에 더 많은 사업장이 입주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D건설 관계자는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차액을 신용대출로 돌리는 방법 등을 은행 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신용대출마저 안 되는 사람들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는다"고 전했다.

서미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