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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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치면 '이인제 방지법'에 따라 경선 결과에 불복해 대선에 독자출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두 주자는 검증 공방에 한층 날을 세우며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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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전 17대 대통령선거 경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뉴시스】

하루 전 '국민희망캠프' 인선을 마친 박 전 대표는 선진화를 위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저에겐 부모도, 남편도, 자식도 없다. 오직 대한민국만 있다"며 "사심 없이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못 다한 두 가지를 꼭 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그 시절 고통을 받았던 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을 과제로 들었다. 박 전 대표는 더불어 "제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과거와의 화해를 강조하고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된 박 전 대표의 경선 후보 등록 및 대선 출마 선언 뒤 오전 11시에는 이 전 시장이 경선후보로 등록한다. 오후 2시 당사에서 진행될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은 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시대, 7대 경제대국'이라는 '747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하는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미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인제 방지법=후보 조기등록 제도. 현행 선거법 57조 2의 2항은 경선 후보로 등록하면 경선 결과에 불복해 독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한 뒤 탈당해 독자로 출마하자 유사한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2004년 신설됐다.

박연미 기자


다음은 박 전 대표의 경선 출마 선언문 전문.

5년 안에 선진국,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를 생각하면서 깊은 감회를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건국 60년 동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한 맺힌 가난을 몰아내기 위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고,
동시에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노력과 헌신을 했습니다.
이제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
이 정권이 무너뜨린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서,
5년 안에 선진국, 다시 한 번 기적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 길을 위해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인생은 대한민국과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
철들기 시작할 무렵, 밥상에서 가난한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목이 메어
밥을 넘기지 못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평생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시다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을 대신하여,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며 살았습니다.

10년전 IMF 위기가 터졌을 때,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제 한 몸을 아낌없이 바치겠다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정치 인생 10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던 좌절과 회한, 고통을 제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 저는, 다 쓰러져가는 한나라당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 드렸던 그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확실한 국가관과 애국심으로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다시 한 번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적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이 자랑스럽기를 소망합니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헛되지 않는 나라,
아이 키우는 것이 걱정 없고, 나이 드는 것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
열심히 일한만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당당한 선진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가 투자하고 싶고, 일하고 싶고, 살고 싶은 나라,
그런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일평생 저의 삶을 견인해 온 것은 바로 '정직과 신뢰'였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국민과의 약속'을 가벼이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저는 나라의 근본부터 바로 세우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내고,
대통령부터 법을 지키는 나라,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깨끗한 정치,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철학으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세금과 정부는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와 사회 제도를 바로 세워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확실히 살려 놓겠습니다.

작지만 유능한 미래형 정부를 만들어 21세기에 맞는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을 만들겠습니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은 사람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저는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아끼는 정책을 펴겠습니다.
교육혁명과 과학기술 혁신으로 21세기에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을 살려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습니다.

원칙있는 대북정책으로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켜서,
남북이 공동 발전하도록 하고, 통일의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며 대한민국을 외교 강국으로 만들어,
치열한 경제 전쟁, 국가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지난 시절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살아보자' 고 한 마음으로 일어섰을 때,
우리의 지도자는 항상 '할 수 있다' 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내가 할 수 있다' 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 역시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 박근혜가 아니라,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고독하고 막중한 자리인지 저는 압니다.
대통령이라는 큰 권력을 어디에 써야 하고,
그 큰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저는 압니다.
저에겐 부모도, 남편도, 자식도 없습니다.
저에겐 오직 대한민국만 있습니다.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저는 아버지 시대에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산업화의 주역들을
존경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5년 안에 선진국,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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