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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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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흑인지역서 자란 유복자/고교때부터 대통령 포부/부인과 함께 예일대 법박… 최연소 주지사
걸프전 종전직후인 지난해초 90%에 달했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인기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민주당에 12년만의 백악관탈환 기대를 안겨주고 있는 빌 클린턴은 불운한 환경을 딛고 세계적 인물로 우뚝 솟은 입지전적 인물.
클린턴은 1946년 남부 아칸소주 호프시에서 유복자로 출생,7세까지 흑인타운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던 조부모밑에서 자랐다.
중장비 운전기사였던 아버지 윌리엄 브라이스 3세는 클린턴이 태어나기 3개월전 미주리주 고속도로상에서 사고로 숨졌다.
어머니 버지니아가 로저 클린턴 시니어와 재혼,소년 빌도 계부의 성을 따랐다. 계부는 알콜중독자로 모친을 구타하는 등 학대가 심해 소년 빌은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야했다. 소년 빌은 그러나 학업에 열중하고 신중한 생활태도를 키워나갔다.
모범생이었던 빌은 학업성적은 물론,과외활동에서도 출중해 고교 2학년때는 색서폰주자로 밴드부장에 뽑히기도 했다.
고교졸업반이었던 63년 빌 클린턴은 소년단장으로 뽑혀 존 케네디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으며 이때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을 결심했었다고 고백한바 있다. 클린턴은 64년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외교학과에 입학,68년 졸업하고 70년에는 뛰어난 수재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했다.
2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73년 명문 예일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고 74년 귀향해 아칸소 파예트빌대 법학과 교수로 2년간 재직한후 76년 아칸소주 검찰총장에 당선됐다. 그는 79년 만 32세의 최연소 주지사로 2년간 아칸소주 행정을 이끌다가 81년 재선에 실패,고향 호프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정치적 기반을 다시 다진 끝에 83년 주지사로 재선됐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그리고 온건한 정치스타일 등을 갖춘 클린턴은 불도저식 행정추진력도 겸비,케네디대통령처럼 쇠퇴일로에 빠진 미국을 구해낼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 2월 민주당 예비선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선 폴 송거스 전상원의원,보브 켈리 상원의원,톰 하킨 상원의원,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주 지사와 함께 부시에 대적하기엔 함량미달인 「민주당의 다섯 난장이」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비선거가 시작되면서 군소 후보들의 후보사퇴가 이어지는 가운데 클린턴은 급격히 부상,선두주자 송거스후보를 제쳤고 그 여세를 몰아 5월에 사실상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수를 확보,부시와 한편 승부를 겨룰 민주당의 최종 주자로 선택됐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카바레가수 제니퍼 플라워스양과의 혼외정사 스캔들,2월의 월남전 기피스캔들,마라화나흡연 소문 등의 위기에서 그는 TV 등 언론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해명(혼외정사)과 과감한 시인(병역기피 및 마리화나흡연)으로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샀다.
특히 클린턴은 사실상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확정이후 또 한차례 극적인 반전으로 대권고지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당시 혜성과 같이 나타난 무소속의 페로 선풍으로 페로­부시­클린턴순의 인기판도가 계속되면서 짙은 패색에 당황했던 클린턴진영은 지난 7월13일부터 뉴욕에서 열린 전당대회를 계기로 판세를 뒤집기 시작해 민주당 전당대회 종료와 페로의 전격사퇴가 맞물린 7월16일부터 선두에 나서 그 기세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 11일과 15일의 미 대통령선거후보 3자 TV토론에서도 진지한 자세로 공화당정권의 취약성을 공격하면서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려는 의욕을 과시,지금까지의 우세를 더욱 굳혔다. 클린턴을 얘기할 때 부인 힐러리의 존재와 활약을 지나칠 수 없다.
힐러리는 남편 클린턴과 같은 예일대 법학박사학위 소유자로 미국내 1백대 변호사에 랭크된 유능한 여류명사다.
힐러리는 변호사직 이외에도 저술가·사회활동가·여성운동가 등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미모까지 갖춘 재색겸비로 너무나 완벽한 조건 자체가 오히려 흠으로 지적되기도 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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