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만리장성 넘으니 아시아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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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여자농구가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유수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제22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중국을 79-73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1999년 일본에서 열린 18회 대회 이후 3회 연속 중국에 내준 정상을 8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5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한국은 9일 준결승에서 대만을 80-70으로 꺾고 일찌감치 4회 연속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었다.

한국은 결승에서 중국에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1쿼터를 20-18로 앞선 한국은 2쿼터 초반 하은주(신한은행.14득점)를 투입했다. 하은주는 월등한 높이(2m2㎝)로 골밑을 점령하며 손쉬운 골밑슛과 자유투로 점수를 벌었다. 3쿼터에도 변연하(삼성생명.15득점)의 연속 골밑 돌파와 정선민(신한은행.18득점)의 미들슛이 먹히면서 10점 안팎의 리드를 지켰다.

4쿼터 중반 한 차례 위기가 왔다. 정선민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슛이 번번이 빗나갔고, 2쿼터에 부상으로 빠진 박정은을 대신해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았던 변연하도 발이 무뎌지면서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하은주-김계령(우리은행) 더블 포스트도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연속 3점슛을 허용, 69-64로 5점 차까지 쫓겼다.

이 위기에서 노장의 투혼과 노련미가 돋보였다. 정선민은 악착같은 몸싸움으로 리바운드를 잡아왔고, 확률이 떨어진 외곽슛 대신 골밑 돌파로 득점을 올렸다. 김계령의 깨끗한 미들슛이 가세하면서 한국은 2분을 남기고 77-65로 앞서면서 우승을 확인했다. 유수종 감독은 "올림픽 티켓을 목표로 했지만 중국이 주전을 대거 뺐다는 얘기를 듣고 '티켓+전승 우승'으로 목표를 바꿨다. 부상과 컨디션 저하 등 어려운 상황을 딛고 한마음으로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인천=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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