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쏟아낸 노 대통령 - DJ '민주세력 유능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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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차원의 첫 6.10 민주항쟁 기념식(20주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안성식 기자]

노 "민주세력 무능론은 모략"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세력 무능론'을 반박하면서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1997년 이후 우리 경제의 지체를 빌미로 민주세력의 무능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참으로 양심이 없는 사람들의 염치없는 중상모략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주요 발언 요지.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이 수구 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 심지어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은 민주정부를 친북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 독재와 부패 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 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겠다고 하고 있다. 과거 독재 권력의 앞잡이가 돼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 시민을 폭도로 매도했던 수구 언론들은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 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시대가 끝난 만큼 수구 세력을 민주적 경쟁의 상대로 인정하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수구 세력에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앞의 정치에 급급할 게 아니라 후진적인 정치제도도 고쳐야 한다"며 "대통령 단임제와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 당정 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탁 기자

DJ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9일 서울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50년 동안 잃어버렸던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찾은 10년'"이라고 말했다.

'민주세력 무능론'을 거칠게 비판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이다. DJ는 또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8.15까지는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6월항쟁의 성과를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어도단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50년에 걸친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가 공인하는 민주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잃어버린 10년'인가. 정경유착과 대형 부패가 판을 치고, 금융계와 경제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화된 경제를 '국민의 정부' 이래 지금까지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로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계속돼 판문점에서 총소리 한 번만 나도 피란 갈 준비를 하던 국민이 이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동요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느냐. 비록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폄하할 순 없다. 아직도 민주주의를 백안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 화해와 통일을 외면하고 냉전적 대결을 지향하는 일부 세력에 대해 엄중한 감시와 견제와 설득을 해야 한다. 6자회담의 성공을 지원하고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 금년 8.15까지 실현돼야 한다."

김정욱 기자<jwkim@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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