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차 값 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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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처음으로 미국 수입차 업체가 관세(8%) 인하분을 적용해 수입차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FTA 발효 이전이지만 가격 인하 기대 심리를 앞당겨 충족시켜 미국차 붐을 일으켜보자는 의도다. GM코리아도 하반기 내놓을 캐딜락CTS에 역시 관세 인하분을 앞당겨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미국산 차를 중심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포드코리아는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이스케이프(사진)'를 발표하면서 기본형 2.3XLT 모델을 기존 차량보다 30만원 정도 낮춘 2970만원에 내놨다. 실내외 디자인을 대폭 바꾸고 향상된 안전장치와 성능을 기본 사양으로 해 실제 가격 인하 폭은 300만원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정재희 사장은 "신차는 사양이 훨씬 좋아져 300만원 이상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미 본사와 협의해 관세 인하분을 앞당겨 적용해 값이 오히려 내렸다"고 말했다. 동급 한국산 차인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비슷한 사양으로 비교했을 때 가격 차는 불과 50만~100만원으로 비슷한 가격대가 됐다. 포드코리아는 뉴 이스케이프가 월 100대 이상 팔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앞서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이미 출시한 대형 세단 300C 2.7L 모델의 가격을 3월 500만원 내렸다. 이 차는 유럽산이라 한.미 FTA와 관련은 없지만 수입차 가격 인하 추세에 따라 값을 내렸다. 월 20여 대 팔리던 것이 지난달에는 100여 대에 육박했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 강세 등을 틈타 본격화한 수입차 가격 인하는 곧바로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닛산코리아는 고성능 세단 인피니티 G35를 세계 처음으로 국내에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값(4750만원)을 500만원 이상 내렸다. 그 전까지 월 30여 대 팔리던 것이 올 들어 월평균 150대가량 팔리는 등 바람몰이를 했다. BMW코리아의 경우 지난달 인기 차종 5시리즈인 528i의 값을 1000만원 이상 내려 출시했다. 이달에만 300여 대가 계약됐다. 또 4월 출시한 대형 SUV X5 3.0 디젤은 기존 모델보다 340만원 내린 8890만원으로 판매가를 정했다. 벤츠코리아도 하반기 출시할 뉴 C클래스 값을 기존 모델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생각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한.유럽연합(EU) FTA마저 가시화되면 원화 강세와 맞물려 수입차 가격 인하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산차는 신차 발표나 연식 변경 때마다 5~15%씩 값을 올려 수입차와의 가격 차는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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