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측근 2002년 에리카 김에 서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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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01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지하철공사 감사가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BBK 투자와 관련해 2002년 7월 20일 에리카 김에게 팩스로 편지(사진)를 보냈던 사실이 9일 밝혀졌다. 다스는 이 전 시장의 맏형과 처남이 소유한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회사며 BBK는 이 전 시장과 연관성 의문이 제기된 투자자문 회사다. 에리카 김은 재미교포 여성 변호사로 BBK의 대표인 김경준씨의 누나다. 이 문서가 공개됨에 따라 이 전 시장과 다스ㆍBBK를 둘러싼 논박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이 영문 편지엔 “사실 이명박씨는 MAF에 대한 ‘대부’의 투자를 회수하는 문제나 LK-eBank에 대한 하나은행 투자분의 상환 같은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부’는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이다. 이 전 시장은 “다스의 BBK 투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편지에는 수신자가 에리카 김(Ms. Erica Kim)으로 돼 있고 발신자는 김 전 감사가 ‘이 전 시장을 대신하여(On behalf of M.B.Lee)’ 보내는 것으로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감사는 9일 기자와 만나 “이 편지는 내가 보낸 게 맞는 것 같다”며 “당시 다스에서 김경준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나에게 부탁을 해와 (내가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다스의 투자에 전혀 상관하지 않았으나 이 문제로 형님(이상은씨)이 어려움을 겪으니까 내가 이렇게 적은 것”이라며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이 전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내가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지난 6일 공개한 이 전 시장의 이름이 적힌 명함에 손으로 씌어진 전화번호가 이 팩스 문서에 인쇄된 동아시아연구원 전화번호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감사는 “명함의 필체는 이 전 시장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서한의 요지

친애하는 에리카 김,

미안합니다만, 귀하의 동생 사업과 관련 현안을 해결하는데 우리는 귀하의 도움을 다시 한번 요청합니다.

사실 이명박씨는 MAF에 대한 대부의 투자를 회수하는 문제나 LK eBank에 대한 하나은행 투자분의 상환 같은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김경준씨와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명박을 대신하여 김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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