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움직임에 촉각/신당 추진 탈당인사들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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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역 패권주의 이용한 대권욕 비판/관망파는 대부분 소극적으로 선회
민자당의 전직의원 11명이 13일 탈당한데 이어 그동안 탈당이 예고돼 왔던 이자헌·장경우·김용환·박철언·유수호의원 등 5명이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탈당을 공식발표 하는 등 노태우대통령·박태준최고위원의 탈당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 의원 등은 이날 『이유야 어떻든 2년9개월동안 몸담아온 당을 떠나는 우리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착찹하다』며 『그러나 뜻을 달리하면서 당에 그대로 남아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양심이요,솔직한 고백』이라고 탈당심경을 피력했다.
이들은 이 의원이 낭독한 「당을 떠나는 우리의 입장」이란 발표문에서 『3당통합과 민자당 창당은 중도 민주세력을 결집,국민정당을 탄생시켜 민주·번영·통일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구국적 결단이었다』며 『그동안 당은 오만과 자만속에 표류하면서 오직 대권경쟁에만 탐닉하는 가운데 급기야 당총재인 대통령이 탈당하고 최고위원이 당을 떠나는 비극적 사태에 이르렀다』고 김영삼총재측을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나 『지금 정치는 지역패권주의를 이용한 몇몇 정치인의 대권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면서도 김 총재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은 하지 않았는데 내부토론 끝에 『인신공격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자세에 배치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
이 의원 등은 향후 행보와 신당향방,신당의 범위 등에 대해서는 『신당을 만들려는 사람들과 만나봐야 알겠다』『떠나는 입장을 밝히는 자리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는 차후에 하자』는 등 연막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또 박 위원과의 교감문제에 대해 『솔직한 심정은 지도자로 모시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는데 내부적으로는 박 위원을 후보보다는 신당의 총재 내지 대표로 추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3당합당의 실무자였던 박철언·김용환의원은 『민자당은 현행 헌정체제를 바로잡기 위한 내각제 개헌과 국정 개혁조치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특정 정파의 집요한 권력추구로 합당의 근본취지가 출범 직후부터 퇴색됐다』고 비난했다. 유수호의원은 『대통령이 당을 떠난 이상 대구의 정치1번지 중구의 의원이 탈당하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당 추진세력들이 탈당대열에 동반할 것이라고 거명하는 민자당 의원수는 14일 공동회견을 가진 5명 이외에도 10명선에 이르나 당사자들은 대부분 아직 『최종 결정한바 없다』 『YS에 대한 감정과 정치적 거취와는 별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당 추신세력들은 강재섭·이긍규·김인영·조영장의원 등 월계수회 멤버 및 경선과정 반김영삼진영에 있던 강우혁·박명환·박범진의원 및 박태준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인 최재욱의원 등을 우선 대상자로 꼽고 있으며 이들중 5∼6명이 주말 또는 내주에 탈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박 위원의 진짜 의중을 확인한 뒤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긍규의원 등 월계수회 회원들은 박 위원이 대통령후보로 추대되는 등 전면에 나선다면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지만 박 위원이 정계은퇴 쪽이거나 신당에 소극적 입장이라면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한간의 『월계수회 회원이니까 박철언의원을 뒤따를 것』이라는 추측을 무척 싫어하는 눈치다.
강재섭의원의 경우 박 의원의 경북고 후배로서 정계에 진출하기까지 검찰·청와대 근무 등 깊은 인연을 외면할 수 없는 특수관계여서 고심중인데 주변에선 『박 위원이 너무 괴롭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우혁의원은 『좀더 지켜보자』,박명환의원은 『계속 관망중』이라고 역시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대부분 김영삼총재의 당운영 방식에 불만이 크고 민주계의 행태에 생리적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만에도 불구,신당의 장래가 불확실 하고 신당 추진세력들과 호흡맞추기에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 복합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신당 추진세력들은 노재봉 전총리·김종인의원 등 노 대통령 직계인사들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흘리고 있어 주목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거명된 한 인사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고 김 의원은 『그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신당참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또 경선 당시 반YS 7인멤버였던 양창식의원은 13일 의총에서 『김 총재의 당선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해 항간의 탈당설을 일축했다.<허남진·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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