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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반김」만으론 부족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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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을 불과 두달 앞두고 정국전망이 지극히 불투명·불안정하다. 신당출현은 비록 예상된 변수였긴 하나 정계의 막바지 편짜기가 하도 오리무중이어서 국민을 적잖게 헷갈리게 한다.
우리는 지금 이 단계에서 신당움직임을 두고 좋다,나쁘다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 정당설립은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것이고,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집권을 모색하는 정치세력·정치인들이 기존정당의 대안으로서 새 정당을 추진하는 것은 익히 보아온 일이다.
사실 지금의 정치판도를 보면 어떤 형태로든 신당이 나올 소지는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은 높고 두 김씨를 위시한 기존 대선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낮은 수준에 맴돌고 있다. 이들이 채우지 못하는 정치공백이 넓게 형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대권병」이라고까지 표현되는 두 김씨의 정치행태나 지역패권주의의 심각한 병폐를 보거나,대선전이 두김씨 대결로 굳어질 경우 우려되는 불행한 지역갈등을 예상하더라도 뭔가 판을 바꾸자는 움직임은 나올만 하게 돼있는 것이다.
지금 태동중인 신당 역시 이런데 명분을 두고 세규합을 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이 신당이 바로 이런 정치공백을 충족시킬지 여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신당의 인적구성도 불확실하고 그들이 무슨 대안을 갖고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당이 그들이 내세우는 양김정치의 청산이나 지역대결의 극복을 하자면 양김이상의 도덕성과 경륜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가 또다른 지역당으로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기에 현재 신당추진세력은 「반김」 중심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데만 열중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서로 이질적인 세력,양김세력보다 나을게 없는 세력까지 혼재하는 양상이다. 또 영·호남대결을 걱정하면서 이른바 중부패권주의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우리는 신당이 반김을 외치면서 김씨들만 못한 「군소김씨」판이 돼서는 소외된 기득권세력의 몸부림 밖에 안되리라 본다.
신당움직임에 대해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점은 창당과정이 음모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이어서는 안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만 있다가 대선을 불과 두달 앞두고 기습적으로 탈당하거나 양다리를 걸치고 잔류와 탈당을 저울질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는 옳지 않다. 또 가령 박태준씨라면 신당행인지,아닌지 태도를 분명히 하고 공인다운 진퇴변이 있어야지 지방에 머문채 억측만 일으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요컨대 임박한 대선을 앞두고 정계의 편짜기는 빨리 끝나는게 좋다. 국민이 더이상 헷갈리지 않고 차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자면 대선정국의 불투명·혼미가 길게 끌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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