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반박한 이명박 "차 부품사 다스는 맏형·처남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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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7일 8000억원 재산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남의 이름으로 묻어놨다는데 그런 일 없다"고 말했다. "(차명의) 땅 한 평 없다"는 표현도 썼다.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말 그대로 '땅 한 평'이라도 나오면 이제 꼼짝없이 몰릴 처지다. 당장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선 "남의 명의엔 일가친척도 포함되는지를 밝혀라"(한선교 대변인)고 나왔다. 이 전 시장 측에선 "그만큼 자신 있다"(박형준 대변인)고 받아쳤다. 이 전 시장이 재임 시절 신고한 재산은 178억9000여만원이다. 당 경선후보 등록 때 공시지가로 신고하면 330억원 남짓 된다고 한다. 그래도 8000억원과 한참 거리가 있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8000억원설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재산 관련 3대 의혹과 이 전 시장 측 반박을 따져본다.

①"차명 땅 있다" vs. "남의 이름으로 땅 한 평 없다"=이 전 시장 명의로 된 부동산은 현재 모두 네 건이다. ▶서울 논현동 자택▶서초동 상가 두 채▶양재동 빌딩 한 채 등이다. 부인 김윤옥씨 명의로 서울 논현동에 100평 규모의 땅이 있다.

이 중 특히 주목받는 곳은 서초동 부동산이다. 1970~90년대 투기 의혹이 거셌던 법조 타운 주변의 부동산이다. 이 전 시장이 부동산 투기를 했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전 시장은 펄쩍 뛴다. "77년 현대건설 사장 때 받은 특별상여금을 관재 담당 이사가 내 명의로 토지를 사 관리하다가 퇴직할 때 넘겨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기 목적으로 자신이 산 게 아니란 얘기다.

실제 국세청이 90년 이 지역에 대한 투기자 단속을 벌였을 때나, 민자당이 93년 투기 의혹 의원 8명을 징계했을 때 이 전 시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93년 서초동 땅 네 필지 중 두 곳(1718-1, 1718-2)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팔았다. 매각대금은 60억원이었다. 이와 관련, 박형준 대변인은 "변호사회가 건물을 짓겠다고 해서 판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되는 부동산은 한때 처남(김재정)과 맏형(이상은) 명의로 된 도곡동 땅 1313평이다. 이 중 일부는 현대건설이 소유했던 걸 처남이 넘겨받았다. 일각에선 "전주(錢主)가 이 전 시장"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시장 측은 "과거 일부 언론이 명의신탁 의혹을 제기했으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처남이 실소유주"라고 반박했다.

②"차명 회사" vs. "맏형과 처남이 실소유주"=맏형과 처남은 현대자동차 부품납품회사인 '다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출액 382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87년 설립했는데 이 전 시장은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였다.

이 때문에 이 전 시장이 실질적인 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다스 직원이 96년과 2002년 선거 때 이 전 시장을 돕다 기소된 일도 있다. 다스는 또 이 전 시장과 함께 투자자문회사인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140억원(이 전 시장은 30억원)을 떼여 BBK의 소유주인 김경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다.

한선교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어떻게 관여됐는지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형과 처남이 하는 회사"라며 "87년 당시 정주영 회장이 현대차 부품회사를 만들 때 이왕이면 현대차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하라고 했는데 이 전 시장은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과 처남이 한다기에 설립할 때 도와줄 순 있었겠지만 조금의 관계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시장도 사석에서 "설사 내가 처음에 도와줬다 하더라도 형과 처남이 그만큼 회사를 키워놓고 이제 와 내 거라고 해 주겠느냐"고 말했다.

③"BBK의 공동 소유주" vs. "단 한 주(株)도 없다"=박 전 대표 측은 연일 "이 전 시장이 BBK의 공동 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BBK 정관과 당시의 이 전 시장 언론 인터뷰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BBK와 관련해서 단 한 주의 주식도 없다"고 부인했다. 캠프에선 2002년 4월 서울지검이 발표한 무혐의 결정문 등을 내놓으면서 "이 전 시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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