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보조원 출신의 "인간승리〃투수-윤형배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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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연습생출신으로 한국시리즈에서 히어로가 된 윤형배(23).
윤은 막강 빙그레 타선을 상대로 9회2사후주자1·2루에서 윤학길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기까지 산발6안타로 막아 롯데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더욱 가깝게 했다.
윤은 절묘한 컨트롤을 바탕으로 홈플레이트에서 한 자 정도 떨어지는 커브와 예리하게 휘는 슬라이더를 배합한 체인지 업(강·약 및 완·급 조절)으로 빙그레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혼신의 힘으로 역투했다. 윤은 승리를 낚기까지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낀 「눈물빵」을 의미를 되새기며 이날을 손꼽아 왔다.
경남고→경성대를 거친 윤은 90년 졸업당시 프로는 물론 실업팀까지 불러주지 않아 한달에 40만원을 받는 연습보조원으로 롯데에 들어와 배팅볼을 던지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 설움을 곱씹으며 버텨 나갔다.
그러나 대학시절 1루를 맡아보며 3번 타자로 나섰던 윤에게 있어 같은 또래의 뒤치다꺼리를 해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팀 선배인 조성옥(32)이 『네가 사내냐. 오기도 없냐. 기회가 올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며 윽박과 함께 등을 토닥거리며 이끈 것이 힘이 되어 이제까지 버텨왔다는 것이다.
배팅볼 던지기에 앞장서며 밤마다 꾸준히 개인훈련을 되풀이 해온 윤은 마침내 올시즌 들어 뒤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윤의 모습을 지켜본 이충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를 것을 권유, 싱싱한 어깨를 발판 삼아 2군 무대를 섭렵한뒤 올해 계약금 8백만원, 연봉1천2백만원을 받고 꿈에 그리던 정식선수로 등록,8승4패3세이브를 기록하며 선발투수대열에 나선 것이다.
『동료들의 파인플레이와 포수의 리드, 타자들의 집중력에 의해 승리를 낚았다』는 윤은 23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겸손함마저 갖췄으며 형 동배(26·군복무)와 함께 롯데의 마운드를 이끄는 형제투수다. 【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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