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되지만 보람도 커요”/내무부장관실 여비서 최정란양(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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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폭력성(?) 전화받기 가장 큰 고충
『예의·정숙·미소·상냥함·참을성…. 이런 것들이 여비서에게 요구되는 것들입니다. 비서직을 통해 그같은 덕목을 배워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겠죠.』
내무부장관실의 여비서 최정란양(25·별정직주사)은 시원한 외모가 비서직에 잘 어울린다는 말에 『여비서가 「비서실의 꽃」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장관의 수발과 전화연결·내방객 접대 등이 임무인 최양은 비서실의 일원으로서 장관을 보좌하는 일은 긴장의 연속이지만 보람도 크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근무시간은 평상시가 12시간 정도고 재해나 국정감사 등 비상시에는 자정무렵 귀가하는 등 좀처럼 자신의 시간을 갖기 어려워 비서경력 4년2개월에 영화감상이던 취미가 비디오감상으로 바뀌었다.
여비서로서 가장 힘든 일은 역시 다른 직책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일로 외부로부터 걸려오는 폭력성(?) 전화가 주범이다. 대부분 민원이나 항의를 하기 위해 장관을 연결하라는 주문들인데 다짜고짜 『장관 바꿔』로 나온다. 어디냐는 반문에 『서초동이야. 빨리 바꿔』로 이어지고 용건을 물으면 『니가 장관이냐』『건방지다』며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한준수 전 연기군수사건때는 거의 한달동안 추석당일을 제외하곤 휴일에도 나와 불편한 장관의 심기를 살피느라 전 비서실 직원이 저기압이었는데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쳐 스트레스가 한계수준에 이를 지경이었다.
『모시던 양반이 영전할때가 제일 기쁘죠.』
최양은 여고를 졸업하고 대입재수를 하던 87년 부모의 권유로 문서작성 고용직원으로 내무부에 들어온뒤 88년 8월 행정국장실에서 비서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판석(현 경북지사)·김영환(현 부산시장)·이상배(현 서울시장)씨 등의 비서를 거쳐 지난해 4월 장관실로 옮긴뒤 이상연·이동호장관을 거쳐 이번에 백광현장관을 새로 맞았다. 이상배씨가 청와대 행정수석으로 옮겼을때는 청와대로 함께갔던 최양은 이씨가 수서사건으로 사표를 내자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비서직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대하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활달해졌다는 최양은 남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는 것이 여비서직의 가장 큰 단점이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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